맛있을 때 안 먹기



  저녁에 닭볶음을 한다. 아이들과 함께 먹을 닭볶음이라 매운 것은 하나도 안 넣는다. 간장으로만 간을 하고, 감자와 고구마와 당근을 큼직하게 썰어서 함께 끓인다. 그래서 ‘묽은닭볶음’을 끓인다. 아이들이 먹기 좋도록 살점을 바른다. 일곱 살 큰아이가 문득 묻는다. “아버지, 아버지는 왜 안 먹어요?” 응? 아버지는 안 먹었나? 그렇구나. 아버지는 너와 동생한테 살점을 발라 주느라 한 입도 안 먹었네. 미처 몰랐다. 그러고 보니, 내가 어릴 적에 우리 어머니는 뭔가 맛있는 밥을 장만하신 뒤 우리한테만 먹이셨다. 나도 어릴 적에 어머니한테 여쭈었다. “어머니, 어머니는 왜 안 드셔요?” 이때에 어머니는 으레 “난 이따 먹어. 그러니 맛있게 먹어.” 어머니가 나중에 드셨을까. 어머니가 나중에 챙겨서 드신 적이 있을까. 두 아이는 닭고기를 맛나게 먹는다. 참으로 잘 먹는다. 그러니 마지막 살점까지 두 아이한테 준다. 이러면서 배고프다고 느끼지 않는다. 참으로 그렇다. 4347.11.27.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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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4-11-27 23:48   좋아요 0 | URL
첫줄에선 어머니신줄 알았어요.

숲노래 2014-11-28 00:58   좋아요 0 | URL
아이를 기르는 어버이는 모두 어머니요 아버지와 같다고 느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