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밥 통신 1 - 불량엄마일기
니노미야 토모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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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423



아이와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

― 주먹밥 통신, 불량엄마일기 1

 니노미야 토모코 글·그림

 장혜영 옮김

 미우 펴냄, 2014.12.15.



  만화책 《주먹밥 통신, 불량엄마일기》(미우,2014) 첫째 권을 집일을 하는 틈틈이 조금씩 펼칩니다. 아침저녁으로 아이들한테 밥을 차려 주면서 몇 쪽씩 읽고, 아이들과 복닥이다가 등허리가 결려서 허리를 펴려고 자리에 누워 끙끙거리다가 몇 쪽씩 읽습니다. 아이들을 재우기 앞서 일곱 살 큰아이가 씩씩하게 그림책을 읽다가 동생한테 읽어 줄 무렵, 이 아이들 예쁜 모습을 지켜보다가 몇 쪽 넘깁니다. 빨래를 마치고 마당에 널고 나서 기지개를 켜고 허리와 어깨를 뿌드득 펴다가 평상에 앉아 해바라기를 하며 몇 쪽 들춥니다.


  ‘불량엄마일기’라는 이름이 살며시 붙는 ‘주먹밥 통신’은 니노미야 토모코 님이 두 아이를 낳고 집에서 보내는 하루를 그린 작품입니다. 그야말로 꾸밈없이 이녁 삶을 보여주고, 참으로 거리낌없이 이녁 하루를 들추어 그립니다.


  그런데, 만화쟁이 니노미야 토모코 님은 집에서 ‘집일’을 거의 어느 것도 안 합니다. 집일을 안 할 뿐 아니라 아이를 돌보는 일도 안 합니다. 더욱이 아이한테 무엇을 가르친다거나 아이한테 노래를 불러 준다거나 아이한테 놀이를 보여준다거나 어느 것도 안 합니다. 니노미야 토모코 님이 하는 일이란 오직 하나입니다. ‘만화 그리기’입니다.





- “가끔은 당신이 좀 데려가면 안 돼?” “난 저혈압이라, 당신처럼 벌떡 못 일어나. 어제 일하느라 늦게 자기도 했고. 난 이제 9시 이전엔 죽어도 못 일어나는 몸이 되어 버렸으니까, 이쯤에서 당신이 포기해.” ‘우리 집 남편은 주부이자 ‘육아남’으로, 우리 회사의 경영과 함께 마감 때는 디지털 어시스턴트도 겸하고 있습니다.’ (4쪽)

- “까먹어? 당신이 언제 육아를 해 본 적이 있긴 해? 어차피 퇴원하면 나한테 또 몽땅 떠넘길 게 뻔하니까 입원해 있는 동안만이라도 열심히 좀 해 봐.” (24쪽)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만화를 그리는 분한테는 아침이나 저녁이 따로 없습니다. 이야기를 짜고, 밑틀을 그린 뒤, 밑틀에 살을 입혀서 바야흐로 빛깔과 먹과 줄과 무늬를 넣거나 붙이려면, 손을 쉴 틈뿐 아니라 잠을 잘 겨를까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밥을 먹듯이 밤을 새워야 하고, 밤을 새우는 동안 다른 데를 쳐다볼 수 없습니다. 혼자서는 도무지 만화를 그릴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에 도움이를 씁니다. 만화쟁이 한 사람한테 도움이가 여럿 달라붙어서 뒷그림과 먹입히기와 지우개질을 해요.


  참말 그렇겠지요. 아이를 돌보면서 만화를 그리는 일이란, 어쩌면 말이 안 되는 일이라 할 만합니다. 이리하여, 니노미야 토모코 님네 아저씨는 집일을 도맡고, 아이를 홀로 보살핍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바깥일에 바쁘고 벅차기에 둘째 아이는 아주 일찍 보육원에 맡깁니다.





- “아무튼 지금은 출산휴가 중이니까, 코우 좀 잘 봐주고 같이 놀아 주기도 하고 그래 봐.” “그럼 온천이나 아울렛 가서 놀까?” “당신이 하고 싶은 거 말고! 그런 게 아니라, 그래! 도시락을 싸줘 봐!” “도시락?” “전에 당신이 도시락 싸줬을 때 코우가 엄청 좋아했잖아.” (31쪽)



  만화쟁이 집안에서 태어난 두 아이는 날마다 어떤 재미를 느낄까요? 만화쟁이 집안에서 하루를 누리는 두 아이는 어머니와 아버지한테서 무엇을 배울까요? 저희랑 놀아 줄 틈이 없는 ‘만화쟁이 어머니’를 이 아이들은 어떻게 바라볼까요? 두 아이는 앞으로 무럭무럭 자라서 ‘만화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을까요? 아니, ‘만화책’을 좋아할 수 있을까요?



- ‘에히메에 계시는 부모님은(POM의 부모님) 아이들과 잘 놀아 주셔서 마음 놓고 아이들을 맡길 수 있습니다. 게다가 어머니는 요리를 잘하셔서 마음 놓고 아이들을 맡길 수 있습니다. 게다가 어머니는 요리를 잘하셔서 어시스턴트들 밥까지 해 주시기도 한답니다! 아아, 에히메의 시부모님이 보고 싶어! 지금 당장 보고 싶어! 어린이집이 휴일인 주말에 일이 몰리다니, 애들은 어쩌면 좋아. 정말 미치고 팔짝 뛰겠네.’ (75쪽)

- ‘자신이 어린 시절을 떠올리자 사람이란 변하게 마련이라는 사실을 실감했기 때문에 지금은 다 괜찮아요. 하지만 첫째는 울보입니다.’ (100쪽)





  아이와 하루를 어떻게 보낼 때에 즐거울까 생각해 봅니다. 아이와 어떤 밥을 지어서 먹으면 맛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이와 어느 곳을 돌아다니면 재미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이와 어떤 노래를 부르면 춤이 덩실덩실 흘러나올까 생각해 봅니다. 아이와 어떤 놀이를 함께 할 적에 깔깔깔 웃음이 터져나올까 생각해 봅니다.


  눈만 서로 마주쳐도 웃음이 나옵니다. 코를 살며시 내밀어 아이하고 코가 서로 맞닿도록 해도 웃음이 나옵니다. 손가락 하나를 뻗어 아이 손가락에 대도 웃음이 나옵니다. 마당 한쪽에 핀 별꽃이나 제비꽃이나 괭이밥꽃을 같이 들여다보아도 웃음이 나옵니다. 늦가을에 노란 가랑잎을 모두 떨구는 나무 옆에 서서 손을 맞잡고 춤을 추어도 웃음이 나옵니다.


  만화책 《주먹밥 통신》 첫째 권에는 아직 나오지 않습니다만, 만화쟁이 아주머니도 아이하고 ‘함께 즐기는 놀이’가 있으리라 생각해요. 스스로 미처 깨닫지 못한 무척 재미난 놀이가 있을 테지요. 만화쟁이 아주머니는 집에서 아무 일을 안 한다지만, 이 집 아저씨가 하루 내내 어떤 일을 하고 아이와 어떤 놀이를 즐기는가를 찬찬히 살펴보면, 여러모로 무척 뜻있고 재미난 이야기가 새롭게 피어날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4347.11.2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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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양물감 2014-11-25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는 잘 안보는 편인데 살펴볼만하네요

숲노래 2014-11-26 00:08   좋아요 0 | URL
이 만화를 그린 분이... 아주 `맑은 웃음`으로 허허 하면서
살아가지 싶어요.

<그린>이나 <주식회사 천재패밀리>를 비롯해
<노다메 칸타빌레>를 보면 이런 모습을 잘 엿볼 수 있는데,
이 만화에 나오는 `육아남`과 같은 삶을
제가 보내다 보니,
여러모로 재미있게 보았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