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나오는 동시집에는 그림이 퍽 많이 들어간다. 시 하나마다 그림을 하나씩 붙여서 동시집을 내놓지 싶다. 시를 더 깊거나 넓게 살피기를 바라면서 붙이는 그림일 수 있고, 시를 더 가까이 맞아들이기를 바라면서 붙이는 그림일 수 있다. 그러면, 어른시를 묶는 시집에는 왜 이처럼 그림을 넣지 않을까? 왜 그림이 함께 있는 시집은 드물까? 아이들이 읽는 동시집에는 이렇게 그림이 많이 있어야 할까? 시 하나마다 그림을 붙여야 아이들이 시를 읽으면서 한결 즐겁거나 재미있을까? 어느 모로 본다면 동시는 ‘글로 적은 이야기’를 그대로 읽으면 된다고 여기기에, 아이들이 생각을 밝혀서 읽도록 하기보다 ‘글에 나오는 줄거리’를 고스란히 그림으로 그려서 재미있게 보여주려고 하는지 모른다. 무엇보다 요즈음에는 아이들이 이것저것 몸소 겪거나 만날 수 없으니, 동시집에 온갖 그림을 잔뜩 넣을 수밖에 없구나 싶기도 하다. 그러면, 아이들이 몸소 바다에 가서 수많은 ‘바다 이웃’을 만나지 않고, 동시집에 나오는 그림만으로 바다 이웃을 만나도 될까. 아이들이 꽁치를 두 눈으로 보고 나서 그림을 볼 적하고, 아이들이 그림을 먼저 보고 나서 꽁치를 두 눈으로 볼 적을 헤아려 본다. 어느 쪽을 먼저 겪어도 마음을 열어 마주할 수 있으면 깊거나 넓게 살필 텐데, 우리 사회는 아이들이 느긋하면서 넉넉하게 ‘이웃’을 마주하도록 풀어놓는지 알 길이 없다. 그나저나 그림이 너무 많은 동시집은 글보다 그림에 먼저 눈이 간다. 글은 마치 그림에 곁달린 듯하기까지 하다. 그림책이 아닌 동시집이라 한다면, 동시집은 좀 다르게 엮어야 하리라 느낀다. 글을 읽고 아이가 스스로 생각을 키우거나 넓히도록 이끌면서 그림을 넣어야 하리라 느낀다. 어쩌면, 글이 그리 알차지 못하기에 그림으로 덮는다고 할는지 모르겠다. 4347.11.2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https://image.aladin.co.kr/product/406/11/coversum/8949181657_1.jpg) | 바닷물 에고, 짜다
함민복 지음, 염혜원 그림 / 비룡소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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