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1026) 속 41
마루 기둥 빨랫줄에 앉은 / 어미 제비 한 쌍 / 장대비 속을 뚫고 / 쏜살같이 날아갑니다
《김은영-빼앗긴 이름 한 글자》(창비,1994) 118쪽
장대비 속을 뚫고
→ 장대비를 뚫고
제비는 무척 날렵하게 하늘을 가르며 납니다. 이런 제비를 보면 빗물조차 모두 살살 비키면서 날아간다고 여길 만합니다. 그런데, 비가 오는 날에도 날렵하게 제비가 날아다닌다면, ‘빗속’을 날지 않습니다. “이 비를 뚫고 난다”처럼 ‘속’을 덜어야 올바릅니다.
하늘을 가르며 날다 (o) . 하늘 속을 가르며 날다 (x)
구름을 가르며 날다 (o) . 구름 속을 가르며 날다 (x)
땅을 뚫으며 가다 (o) . 땅속을 뚫으며 가다 (x)
보리밭을 헤치며 가다 (o) . 보리밭 속을 헤치며 가다 (x)
함박눈을 뚫고 걷다 (o) . 함박눈 속을 뚫고 걷다 (x)
사람들이 빽빽하게 모여 마치 물결을 이룬 듯한 데가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사람물결’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람물결을 헤치고 어디로 가야 한다면 “사람물결을 헤치고 간다”처럼 말합니다. “사람물결 ‘속’을 헤치고 간다”처럼 말하지 않습니다.
숨바꼭질을 할 적에도 “보리밭에 숨는다”처럼 말합니다. “보리밭 속에 숨는다”처럼 말하지 않습니다. 4347.11.2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