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말 ‘존재’가 어지럽히는 말과 삶
(188) 존재 188 : 현실만이 존재했기
어머니는 비유담이라든지 추상론에는 아무런 흥미도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에게는 현실만이 존재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노 요코/윤성원 옮김-나의 엄마 시즈코상》(이레,2010) 82쪽
현실만이 존재했기 때문인지도
→ 현실만이 보였기 때문인지도
→ 오늘 이곳만이 있기 때문인지도
→ 눈에 보이는 삶만 있기 때문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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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글을 보면 앞쪽에 “아무런 눈길(재미)도 보이지 않았다”고 적습니다. 그러니, 이 글흐름을 살펴 뒤쪽에도 “현실만이 보이기 때문”처럼 적을 만합니다. “현실만이 있기 때문”처럼 적을 수 있고, “현실만 보기 때문”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현실만 생각하기 때문”이나 “현실만 헤아리기 때문”으로 적어도 잘 어울립니다. 4347.11.22.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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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빗대거나 꾸민 이야기에는 아무런 눈길도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한테는 오늘 이곳만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비유담(比喩談)이라든지 추상론(抽象論)”은 아무래도 일본 한자말이지 싶습니다. 이 대목에서는 “빗대거나 꾸민 이야기”쯤으로 손봅니다. ‘흥미(興味)’는 ‘재미’나 ‘눈길’로 손질하고, ‘현실(現實)’은 ‘삶’이나 ‘눈앞에 있는 삶’이나 ‘오늘 이곳’으로 손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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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말 ‘존재’가 어지럽히는 말과 삶
(189) 존재 189 : 언어만이 존재
이곳에서는 이심전심이라는 언어만이 존재합니다
《이해선-인연, 언젠가 만날》(꿈의지도,2011) 220쪽
언어만이 존재합니다
→ 말만이 있습니다
→ 말만이 오갑니다
→ 말만이 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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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를 쓰면 됩니다. “말이 있다”고 한다면, 말은 서로 주고받으니, “말만 주고받습니다”라든지 “말만 오갑니다”라든지 “말만 흐릅니다”라든지 “말만 나눕니다”로 적어도 됩니다. 또는, “말만 생각합니다”라든지 “말만 가슴에 담습니다”라든지 “말만 떠올립니다”처럼 적을 수 있어요. 4347.11.22.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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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는 한마음이라는 말만이 있습니다
‘이심전심(以心傳心)’은 “마음과 마음으로 서로 뜻이 통함”을 뜻하는 한자말입니다. 마음과 마음으로 서로 뜻이 흐른다고 한다면, 둘은 ‘한마음’이라는 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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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말 ‘존재’가 어지럽히는 말과 삶
(190) 존재 190 : 존재하지 않는다
법원의 최종적인 판단은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분명한 건 원자력의 안전 신화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김성환,이승준-한국 원전 잔혹사》(철수와영희,2014) 152쪽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 더는 있지 않다
→ 더는 없다
→ 사라졌다
→ 없어졌다
→ 깨졌다
…
더는 없다면 어떤 모습일는지 헤아려 봅니다. 이제 더 없으니 ‘없어지’거나 ‘사라졌’다고 할 만합니다. 없어지거나 사라졌으니, 이 보기글에서 말하듯이 “신화가 깨졌다”나 “신화가 무너졌다”라 할 수 있습니다. 또는, “원자력이 안전하다는 신화는 거짓말이다”나 “원자력이 안전하다는 신화는 거짓말이 되었다”나 “원자력이 안전하다는 신화는 거짓말로 드러났다”로 고쳐쓸 수 있어요. 4347.11.22.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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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마지막에 어떻게 말할는지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원자력은 아무 걱정이 없다는 생각은 틀림없이 사라졌다
“법원의 최종적(最終的)인 판단(判斷)은”은 “법원이 마지막으로 어떻게 할는지”나 “법원이 마지막에 어떻게 말할는지”로 다듬습니다. “분명(分明)한 건”은 “틀림없이”나 “틀림없는 한 가지는”으로 손보고, “원자력의 안전(安全) 신화(神話)”는 “원자력은 안전하다는 신화”나 “원자력 안전 신화”나 “원자력은 걱정없다는 말”로 손봅니다. “더 이상(以上)”은 “더”나 “더는”으로 손질하고, “않는다는 사실(事實)이다”는 “않는다는 대목이다”나 “않는다”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