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유교수의 생활 33
야마시타 카즈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414



마음을 읽는 너와 나 사이

― 천재 유교수의 생활 33

 야마시타 카즈미 글·그림

 학산문화사 펴냄, 2012.11.25.



  눈빛으로 마음을 읽는 사이가 있습니다. 낯빛으로 마음을 주고받는 사이가 있습니다. 입으로 말을 꺼내도 마음을 못 읽는 사이가 있습니다. 찬찬히 글로 길게 적어서 보여주어도 마음을 못 헤아리는 사이가 있습니다.


  왜 누구는 마음을 읽고, 왜 누구는 마음을 못 읽을까요. 왜 누구는 마음을 즐거이 읽으려 하지만, 왜 누구는 마음을 꽁꽁 닫아걸까요.


  야마시타 카즈미 님이 빚은 만화책 《천재 유교수의 생활》(학산문화사,2012) 서른셋째 권을 읽으며 생각에 잠깁니다. 유택 교수가 누리는 삶을 그리는 만화책도 어느덧 막바지에 이르는 셈일까요. 유택 교수는 머잖아 정년퇴직을 헤아릴 만한 나이로 접어듭니다. 유택 교수는 이제껏 겪거나 헤아리지 못하던 일도 겪을 수 있고 헤아릴 수 있는 나이가 됩니다. 제때에 맞추어 움직이고, 제자리에 맞게 생각하는 삶이지만, 앞으로는 제때와 제자리가 모두 흔들리거나 어긋날 수 있다고 하나둘 느낍니다.





- “그런데 테라야마. 교실 안에서는 실내화를 신는 게 어떨까?” (7쪽)

- “테라야마. 너는 왜 언제나 웃고 있지?” “유택이한테는 안 통하는구나. 왜냐면, 모두에게서 사랑받는 것이, 내 일이니까.” (12쪽)

- ‘다음날 학교에서 다시 테라야마에게 물어 보려고 마음 먹었다. 너는 24시간 내내 일을 하고 있니?’ (17쪽)



  무엇이 궁금하면 오래도록 생각에 잠기는 유택 교수는, 궁금한 대목이 있으면 수수께끼를 풀 때까지 생각하고 거듭 생각합니다. 어느 때에는 아무리 생각해도 실마리를 풀지 못합니다. 그러나, 생각하고 다시 생각했기 때문에, 실마리가 어느새 살며시 찾아옵니다. 이를테면, 둘레에서 여러 가지 일이 터지면서 실마리를 깨닫습니다. 둘레에 있는 사람들이 이런 일 저런 일에 부딪히면서 넌지시 실마리가 됩니다.


  ‘해님과 같은 웃음’이란 무엇일까요? 말 그대로 해님과 같은 웃음입니다. 해님과 같은 웃음이란 무엇일까요? 해님과 같이 웃는 사람은 이런 웃음을 스스로 느끼지 않아요. 그저 해님처럼 웃을 뿐입니다. 해님이 지구별을 골골샅샅 따사로이 어루만지듯이, 해님웃음을 짓는 사람은 둘레 사람 누구한테나 맑고 밝으면서 따스한 숨결을 베풉니다.





- “줄곧 물어 보려 했던 것이 있습니다.” “응? 뭐지?” “당신은 24시간 내내 일을 하고 있습니까?” “무슨 소린가 했더니.” “네?” “아마 당신하고 비슷할 거야. 당신은 인간을 연구하는 걸 좋아하고, 나는 인간을 연기하는 걸 좋아한다고.” (31쪽)

- “하나 물어 보세. 자네가 내 집에 오고 1주일 간, 이야기를 들으며 쭉 궁금하게 여긴 게 있었는데, 좋은 역이란 뭔가?” “좋은 역?” (73쪽)

- “어떻게 너는 그렇게 언제나 태양처럼 웃을 수 있지?” “응?” “가르쳐 줘! 네 웃음의 비밀을!” (82∼83쪽)



  웃음은 심리학으로든 무슨무슨 학문이나 과학으로든 풀 수 없습니다. 아기가 태어나서 자라는 삶은 심리학이나 교육학이나 이런저런 학문이나 과학으로나 풀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아기는 ‘연구 대상’이 아니라, ‘목숨’이요, ‘사랑을 받아 꿈을 키우는 숨결’이기 때문입니다.


  밥을 지으며 흥얼흥얼 부르는 노래는 과학이나 학문으로 밑뿌리를 밝힐 수 없습니다. 왜 노래가 나오는지, 왜 어떤 노래가 어느 때에 흘러나오는지, 이런저런 것을 놓고 ‘사례 연구’는 할 수 있을 테지만, 막상 학문이나 과학을 하는 이는 스스로 노래를 부르지 않습니다. 이와 달리, 밥을 짓거나 옷을 깁거나 집을 짓는 사람은 스스럼없이 언제나 노래를 불러요.


  아기한테 젖을 물리는 어머니는 언제나 즐겁게 노래를 부릅니다. 아이한테 밥을 차려 주는 어버이는 늘 기쁘게 노래를 부릅니다. 동무와 사이좋게 노는 아이들은 노상 신나게 노래를 부릅니다.





- “아, 이를 어쩐다. 난 그런 골치 아픈 건 모르고, 그렇게 시들시들한 얼굴 하지 말고. 자! 이 당근이나 먹어 봐! 맛이 기차다고!” (84쪽)

- ‘나는 왜 거짓말을 했을까? 가족의 웃는 얼굴을 보고 싶어서였을까. 산타의 존재를 믿을 뻔했던 순간의 그 흥분 때문일까. 이유가 있는 답인지는 아직 해명되지 않았다. 적어도 분명한 것은 그무렵부터, 내 연구 대상에 사람의 마음이 추가되었다는 사실이다.’ (124쪽)

- “자네가 극복해야 할 문제는 아마 하나일 걸세. 이제 그 문제 자체에 대해 의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네만. 왜냐하면 그토록 자존심이 강한 자네가, 이렇게 자신을 드러냈으니까.” (184쪽)



  마음을 읽는 너와 나 사이에는 아무런 허물이나 울타리가 없습니다. 마음을 안 읽는 너와 나 사이에는 온갖 허물이나 울타리가 있습니다. 마음을 읽기에 어깨동무를 합니다. 마음을 안 읽기에 어깨동무를 안 합니다. 마음을 읽으면서 서로 삶을 북돋아 줍니다. 마음을 안 읽으면서 그예 등을 돌립니다.


  눈을 들어 하늘을 보아요. 낮에는 해와 파란 빛깔을 보고, 밤에는 별과 까만 빛깔을 보아요. 눈을 들어 멀리 살펴요. 낮에는 들과 숲을 보고, 밤에는 별자리와 밤구름을 보아요.


  우리 둘레에서 흐르는 바람은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는지 귀여겨들어요. 우리 둘레에서 날아다니는 새와 나비와 잠자리는 무슨 이야기를 밝히는지 눈여겨보아요. 이러면서 삶을 생각해요. 나는 어떤 목숨으로 태어났을까요. 내 이웃과 동무는 저마다 어떤 목숨으로 살아왔을까요. 이 실마리를 푸는 길에 슬기로운 사랑이 씨앗 한 톨로 자랍니다. 4347.11.1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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