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한 줄 쓰는 놀이
네 살 작은아이가 문득 말한다. “보라는, 감을 좋아하니까, ‘감돌이’야?” 그래, 그렇지. 일곱 살 작은아이가 한 마디 보탠다. “벼리는, 책을 좋아하니까, ‘책순이’이겠네?” 그래, 그렇구나. 너희들은 감돌이에 감순이요, 놀이순이에 놀이돌이요, 책돌이에 책순이요, 시골순이에 시골돌이요, 자전거돌이에 자전거순이요, 사랑순이에 사랑돌이요, 꿈돌이에 꿈순이요, 노래순이에 노래돌이요 …… 즐겁게 웃을 줄 아는 웃음순이에 웃음돌이란다.
단감을 두 아이한테 썰어서 준다. 껍질은 그대로 둔다. 속살과 껍질을 함께 먹도록 알맞게 썰어서 큰 접시에 담아서 준다. 두 아이는 감 여러 알을 금세 비운다. 그러고는 또 달라 한다. 그래서 또 여러 알을 썰어서 준다. 나도 한 조각 나누어 먹다가 찬찬히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어 ‘단감’이라는 글을 짤막하게 쓴다. 이러고 나서 골판종이 뒤쪽에 그림을 그리고 글을 붙인다. 우리 집에서 날마다 이루려는 노래를 적는다.
햇볕 먹고 자라는
괭이밥을 벌레가
먹으면, 벌레는
괭이밥과 함께
햇볕을 먹네.
4347.11.1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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