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만츄 Amanchu! 2
코즈에 아마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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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415

 


바라볼 수 있는 눈

― 아만츄 2

 아마노 코즈에 글·그림

 김유리 옮김

 학산문화사 펴냄, 2010.8.25.



  철마다 바닷물빛이 다릅니다. 못물빛도 철마다 다릅니다. 새파랗게 눈부실 적이 있고, 들과 숲처럼 푸르게 빛나는 때가 있습니다. 어쩌다가 바다나 못 옆을 스쳐서 지나간다면 어쩌다가 본 빛깔로 바다와 못을 읽을 수 있습니다.


  늘 지켜보는 사람은 늘 달라지는 빛깔을 바라봅니다. 살짝 스치는 사람은 살짝 스치는 빛깔을 바라봅니다. 저마다 두 눈으로 빛깔을 마주하고, 저마다 몸에 이야기를 새깁니다. 바라보는 만큼 알고, 바라보는 만큼 생각하며, 바라보는 만큼 살아갑니다.


  그렇지만, 늘 바라보더라도 생각으로 잇지 않으면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늘 타고 다니는 버스라 하더라도 버스가 어떠한 얼거리인지 생각하지 않으면 버스를 알 수 없습니다. 늘 바라보기 힘들고 살짝 바라보기조차 어려운 곳에 있지만, 꾸준히 생각하면서 꿈을 키우면 알 수 있습니다. 온마음으로 생각을 빚기 때문입니다.



-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해변길은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날아갈 듯한 기분. 암스트롱 선장이 발을 내디딘 고요의 바다도, 이렇게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을까?’ (5쪽)

- “여태까지 난 뭔가 하고 싶다고 생각해도 내가 먼저 움직일 수가 없었어. 늘 걱정만 하고 결국 마지막까지 행동에 옮기지 못했지. 그래서 스스로도 신기해. 이번엔 어떻게 할 수 있었는지.” (12쪽)



  아마노 코즈에 님이 빚은 만화책 《아만츄》(학산문솨사,2010) 둘째 권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몸으로 옮기지 못한다면, 참으로 하고 싶은 일이 아닙니다. 하고 싶지 않으나 자꾸 몸이 끌린다면, 스스로 하려는 일입니다. 바다에서 헤엄을 치고 싶으면 바다로 가야 하고 헤엄을 쳐야 합니다. 날마다 똑같이 되풀이해야 하는 종살이라면 이러한 종살이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바다로 가지 않거나 바다에 가서도 헤엄을 치지 않는다면, 스스로 하고픈 일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입니다. 날마다 쳇바퀴처럼 되풀이하는 종살이가 괴롭다면 스스로 이러한 종살이를 떨쳐야 합니다. 스스로 떨치지 않고서 푸념만 한다면, 새로운 푸념이 늘기만 할 뿐, 삶이 하나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 “하면 돼. 반드시 될 거야. 하지만,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아.” (42∼43쪽)

- ‘푸른 빛에 살포시 감싸안긴 채, 내 몸이 공중을 떠다닌다.’ (48쪽)

- “왜 저렇게 즐거워 보일까? 바닷속 풍경이 잘 보이지도 않을 텐데.” “이 시기는 말이다, ‘생명’이 시작되는 계절이란다. 산란 같은 것들로 바다에 영양이 그득하지. 이 시기에밖에 볼 수 없는 것들이 있어. 바다에 가득한 식물성 플랑크톤을 작은 물고기들이 먹으러 오고, 그 작은 물고기들을 큰 물고기들이 먹지.” (74∼75쪽)



  시골 읍내에서도 밤에는 별을 못 봅니다. 시골 읍내조차 밤에는 전깃불이 밝기 때문입니다. 시골 읍내는 아주 조그맣지만 여느 도시와 똑같은 얼거리입니다. 시골 읍내에서 장사를 하는 이들은 하루 내내 가게에 들어앉아야 하고, 가게 밖으로 나오면 자동차 지나가는 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시골 학교도 도시 학교와 그리 다르지 않아요. 학생 숫자가 적고 학교 건물이 작더라도, 여느 도시와 똑같은 교과서를 쓰고, 여느 도시처럼 입시공부를 시킵니다. 시골다운 이야기가 흐르는 새로운 책을 쓸 수 없고, 시골살이를 누리는 기쁨을 학교 안팎에서 가르치거나 배우기 어렵습니다.


  우리는 시골에서 무엇을 바라볼까요. 우리는 도시에서 무엇을 바라보나요. 이웃과 동무를 바라볼까요. 찻길이나 들을 바라보나요. 아파트나 건물을 바라볼까요. 참새와 까치를 바라보나요.



- ‘이렇게 하면 핸드폰을 볼 때마다 언제라도 소중한 것들과 다시 만날 수 있으니까요. 선명하게 되살아나는 그 순간의 감각. 언제 어디서라도 떠올릴 수 있는, 잊고 싶지 않은 소중한 보물들.’ (144쪽)



  가을에 비가 옵니다. 가을비입니다. 길이 막히게 하는 비가 아닙니다. 봄에 비가 옵니다. 봄비입니다. 가을비는 겨울을 부르고, 봄비는 새싹을 부릅니다. 겨울비는 추위를 부르고, 여름비는 풀과 나무가 잘 자라도록 북돋웁니다. 철마다 빗물이 다릅니다. 달마다 빗소리가 다릅니다. 언제나 새로운 비가 내리고, 늘 새롭게 풀이 돋고 눈이 트며 잎이 납니다.


  만화책 《아만츄》에 나오는 아이들은 아직 제 길을 걷지 못합니다. 그러나 앞으로 제 길을 걷고 싶습니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하면 즐겁게 누릴 수 있는지 잘 모르는 아이들입니다. 그러나 이제부터 오늘 하루를 즐겁게 누리는 길을 스스로 찾고 싶습니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모르고, 어디에서 살아야 할는지 모르며, 사랑이나 삶이나 꿈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그러나 하나도 모르기 때문에 하나씩 배울 수 있으며, 아직 모르기 때문에 차근차근 바라보고 마주하면서 새롭게 태어날 수 있습니다. 4347.11.1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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