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읽는 책



  가을은 달력으로 찾아오지 않는다. 가을은 날짜로 찾아오지 않는다. 가을은 사람들 옷차림으로 찾아오지 않는다.


  가을은 바람으로 찾아온다. 가을은 햇볕으로 찾아온다. 가을은 빗물로 찾아온다. 가을은 무르익는 곡식과 열매로 찾아온다. 가을은 시드는 풀과 추위에 돋는 풀로 찾아온다. 가을은 더욱 파랗게 눈부신 하늘로 찾아온다. 가을은 손발이 시리도록 차가운 냇물과 샘물로 찾아온다. 가을은 처마 밑에서 벗어나 마을을 훌쩍 떠나 바다를 가로지른 제비와 함께 찾아온다. 가을은 바알갛게 고운 감알로 찾아온다. 가을은 잎사귀를 떨구어 앙상한 나뭇가지로 찾아온다. 그리고, 가을은 한겨울을 맞이해도 푸른 잎을 가득 달며 솨르르솨르르 춤추는 동백나무에 새롭게 돋으며 단단하게 옹크린 꽃망울로 찾아온다.


  경남 진주에 있는 헌책방 책꽂이 한쪽에 감알이 달린다. 나뭇가지에 맺힌 감알을 톡톡 끊어 먹으면 하룻밤 사이에 사라질 감알이지만, 나뭇가지째 책꽂이에 걸어서 두고두고 여러 사람이 감내음을 맡으면서 책내음을 즐길 수 있다. 4347.11.13.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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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4-11-13 13:28   좋아요 0 | URL
가지런한 책장이네요

파란놀 2014-11-13 15:09   좋아요 0 | URL
감알도 곱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