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놀기 (사진책도서관 2014.11.10.)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네 살 작은아이는 집에서든 길에서든 들에서든 도서관에서든 그저 콩콩 뛰고 통통통 달린다. 일곱 살 큰아이도 네 살 적에는 제 동생처럼 그야말로 어디에서나 신나게 뛰거나 달렸다. 다만, 일곱 살이 되고 보니, 뛰거나 달릴 적에는 뛰거나 달리지만, 동생과 달리 가만히 서서 책에 흠뻑 빠지는 재미를 안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본다. 까르르 웃고 떠들면서 달리다가 우뚝 멈춘다. 다시 까르르 웃고 떠들면서 달린다. 또 우뚝 멈춘다. 이러다가 다시 까르르 웃고 떠들면서 달린다. 이 아이들더러 ‘뛰지 말라’고 해도 될까? 이 아이들한테 ‘달리지 말라’고 해도 될까?


  아이들이 뛰거나 달리지 않아야 할 곳도 있으리라. 왜냐하면, 오늘날 문명 사회에서는 아이들이 다칠 만한 것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이들만 다치지 않고, 문명 사회가 무너질 만한 것도 많다. 이를테면 공장이나 발전소에서 아이들이 뛰거나 달릴 수 없다. 송전탑 둘레에서 아무것이나 만질 수 없다. 고속도로를 가로지를 수 없고, 골프장에서는 꽃송이 하나조차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된다.


  어른들은 아이들더러 도서관이나 학교나 공공기관이나 건물이나 이런저런 곳에서 뛰지도 말고 달리지도 말라고 이르거나 윽박지른다. 다른 사람한테 피해가 된다고 말한다. 옛날 같으면 어른들은 꼭 한 마디만 했다. “얘들아, 밖에 나가서 놀아라.” 그러면, 아이들은 학교 밖이나 도서관 밖이나 집 밖에서 얼마나 마음껏 뛰어놀 만할까? 아이들은 도서관에서 신나게 뛰놀고 싶을밖에 없다고 느낀다. 아이들은 학교 골마루에서 그야말로 개구지게 뛰놀고 싶을밖에 없구나 싶다. 왜냐하면, 길이나 골목이나 동네나 집에서 도무지 뛰거나 구르거나 달릴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어른들은 우리 아이들한테 고무줄놀이를 물려주지 않는다. 아이들한테 온갖 놀이를 가르치지 않는다. 아이들은 놀이를 물려받거나 배우지 못할 뿐 아니라, 뛰거나 달리지도 못한다.


  도서관을 꾸린다고 할 적에 ‘폐교’ 자리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무엇이었나 하고 가만히 돌아본다. 다른 무엇보다 운동장 때문이다. 폐교 자리에 도서관을 세우면, 운동장은 아이들 놀이터가 될 수 있다. 어른한테는 너른 운동장이 이야기터요 쉼터이면서 쉼터가 된다.


  요즈음은 농약을 너무 많이 쓸 뿐 아니라, 농약이 몸에 나쁜 줄 아예 잊는 사람조차 많다. 시골에서 농약 안 치는 곳을 찾기 아주 어렵다. 그러나, 시골에서도 폐교 자리에는 농약을 안 친다. 아이와 어른 모두 걱정없이 뒹굴거나 뛰놀 뿐 아니라, 풀을 만지고 숲을 누릴 만한 곳은 시골에서 폐교 자리라고 느낀다.


  나는 어릴 적에 뛰놀기를 몹시 즐겼다. 국민학교를 다니면서 그야말로 날마다 쉬잖고 뛰어다녔다. 학교는 나한테 놀이터였다. 동네도 놀이터이지만, 운동장이 드넓고, 골마루가 긴 학교는 더없이 좋은 놀이터로 여겼다. 우리 아이들이 우리 도서관을 놀이터로 삼는 모습을 기쁘게 바라본다. 우리 아이들이 우리 도서관을 책터요 놀이터요 쉼터요 조그마한 숲으로 느낄 수 있도록 꿋꿋이 가꾸고 싶다.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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