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사람, 읽는 사람



  한 사람이 쓴다. 다른 사람이 읽는다. 한 사람이 그린다. 다른 사람이 본다. 한 사람이 조곤조곤 말을 건다. 다른 사람이 빙긋빙긋 말을 듣는다. 한 사람이 가르친다. 한 사람이 배운다. 한 사람이 통통 도마질 소리를 내며 밥을 짓는다. 다른 사람이 밥상맡에 앉아서 기쁘게 밥 한 그릇 받는다. 한 사람이 노래를 부른다. 다른 사람이 노래를 듣다가 가슴이 뭉클 울려 눈물 한 줄기 흐른다.


  글을 쓰는 사람은 어제와 오늘과 모레가 모두 다른 날인 줄 아는 사람이다. 글을 읽는 사람은 어제와 오늘과 모레를 모두 다르면서 기쁘게 맞이하려는 사람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는 사람이다. 글을 읽는 사람은 언제나 새롭게 거듭나는 사람이다.


  삶을 가꾸는 넋을 슬기롭게 다스릴 수 있기에, 글 한 줄을 사랑스레 쓰고, 말 한 마디를 사랑스레 읊으며, 노래 한 가락을 사랑스레 부르고, 밥 한 그릇을 사랑스레 지으며, 이야기 한 꾸러미 사랑스레 풀어낸다. 삶을 일구는 마음을 슬기롭게 북돋우기에, 글 한 줄을 사랑스레 읽고, 말 한 마디를 사랑스레 들으며, 노래 한 가락을 사랑스레 맞이하고, 밥 한 그릇을 사랑스레 먹으며, 이야기 한 꾸러미 사랑스레 나누어 받는다.


  너와 다는 다른 사람이면서 같은 사람이다. 너와 나는 다른 사랑이면서 같은 사랑이다. 너와 나는 다른 숨결이면서 같은 숨결이다. 이리하여 우리 사이에 예쁜 빛이 흐르고, 고운 바람이 불다가, 맑은 해님이 따사롭게 비춘다. 4347.11.10.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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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4-11-10 14:00   좋아요 0 | URL
연필 사각거리는 소리, 팔랑팔랑 종이 넘어가는 소리, 노랫가락 제 귀에도 들리는듯해 저도 읽는 동안 잠시 행복해집니다.

숲노래 2014-11-10 15:36   좋아요 0 | URL
연필 사각소리란 참으로 예쁘면서
아름다운 소리로구나 싶어요.
마치 피아노가 또르르 구르는 소리라고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