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보는 마음



  네 살 작은아이가 요 달포쯤 앞서부터 밥상맡에서 새로운 놀이 하나를 떠올려서 즐깁니다. 무슨 놀이인가 하면, 밥숟가락을 국그릇에 살포시 놓고 보글보글 가라앉도록 하는 놀이입니다. 밥을 먹다가 퍽 오랫동안 이 놀이를 하기에, 밥 좀 먹으라고 이르다가, 문득 내 어릴 적을 떠올립니다. 그래, 나도 이 나이만 할 적에 이렇게 놀았고, 이 나이뿐 아니라 열 살 언저리에도 이런 놀이를 했다고 떠올립니다.


  밥숟가락을 국그릇에 살짝 놓으면 숟가락이 국물에 뜹니다. 이때 나는 내 밥숟가락을 숟가락 아닌 배로 여깁니다. 수저 손잡이를 살살 밀면 그만 꼬르륵 잠기는데, 이때에 배가 바닷속에 잠긴다고 여깁니다. 이런 놀이를 한참 합니다.


  밥상맡에서 으레 이 놀이를 하는 작은아이를 바라보다가 문득 한 가지를 생각합니다. 그래, 이 아이는 저를 지켜보아 주기를 바라는구나 싶어요. 밥상맡이니 밥을 먹으라고 이르거나 다그치거나 이끌 수 있어요. 그런데, 밥상맡에서 얼마든지 밥놀이를 즐길 수 있습니다. 길을 걷다가 우뚝 멈추어 개미 지나가는 모습을 지켜본다든지, 사마귀가 길을 가로지르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어요. 가야 할 곳에 빨리 가야 할 수 있지만, 가야 할 곳에 가더라도 1분이나 10분쯤 말미를 내어 찬찬히 둘레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작은아이 ‘밥놀이’ 또는 ‘수저놀이’를 물끄러미 지켜보다가 사진을 한 장 찍기로 합니다. 작은아이 놀이를 두고두고 건사하자는 생각이 듭니다. 작은아이 놀이를 지켜보면서 내 어릴 적 놀이를 조용히 그리자는 생각이 퍼뜩 스칩니다. 4347.11.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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