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늘 우리 곁에 있다. 아니, 우리가 스스로 역사이다. 대통령이나 임금이나 지식인이나 권력자가 역사가 아니라, 바로 우리가 스스로 역사이다. 커다란 건물이나 궁궐이나 전쟁이 역사가 아니다. 우리가 먹는 밥과 우리가 입는 옷이 역사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이야기가 역사이고, 우리가 짓는 하루가 역사이다. 남이 만드는 역사가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일구는 역사이다. 《10대와 통하는 문화로 읽는 한국 현대사》라는 책을 읽는다. ‘남’이 만들거나 ‘위’에서 짜는 역사가 아닌, ‘우리’가 스스로 가꾸는 길에서 역사가 태어나는 흐름을 가만히 살핀다. 조금 더 ‘수수한 사람 곁’으로 스며들어서 역사를 읽고 말하면 훨씬 아름다운 책이 되었으리라 느끼는데, 이만큼 몸을 낮추어 역사를 들려주려고 한 책도 드물다고 느낀다. 정부 성명서나 신문 기사도 역사 가운데 하나로 들어갈 수 있지만, 우리가 제대로 살피면서 알아야 할 역사, 다시 말하자면 ‘우리가 걸어온 길’과 ‘우리가 남긴 발자국’은 너와 내가 어우러져 이룬 삶과 사랑과 꿈이어야지 싶다. ‘문화’, 그러니까 ‘삶’을 바탕으로 읽을 때에, 역사나 사회나 정치나 경제 모두 슬기롭게 헤아릴 수 있다. 4347.11.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