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40) 통하다通 72
장정임 씨의 시를 읽고 마음과 마음은 서로 통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시카와 이쓰코/손지연 옮김-일본군 ‘위안부’가 된 소녀들》(삼천리,2014) 35쪽
마음은 서로 통한다는 생각
→ 마음은 서로 만난다는 생각
→ 마음은 서로 이어진다는 생각
→ 마음은 서로 하나라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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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어 찾아갑니다. 가까운 곳에서 눈을 마주하면서 빙그레 웃습니다. 기쁘게 만난 뒤 헤어집니다. 아쉽지만 다음에 만나기로 하고 저마다 제 보금자리로 돌아갑니다. 이제 두 사람은 멀리 떨어집니다. 그렇지만 마음은 늘 하나이기에, 아무리 멀리 떨어진 데에 있어도 서로 그리면서 따순 마음을 주고받습니다. 이 지구별에서 우리는 마음과 마음으로 곱게 이어진 삶입니다. 온누리에서 우리는 마음과 마음으로 만나면서 마음과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입니다.
시 한 줄을 쓰면서 한국과 일본이 서로 만납니다. 노래 한 가락을 부르면서 일본과 한국이 나란히 만납니다. 꿈을 같이 꾸고, 사랑을 함께 속삭이면서, 두 나라는 아름다이 어깨동무를 할 수 있습니다. 4347.11.7.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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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임 씨가 쓴 시를 읽고 마음과 마음은 서로 만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장정임 씨의 시”는 “장정임 씨가 쓴 시”로 손보고,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나 “생각했습니다”로 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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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41) 통하다通 73
율곡이 이 책을 통해서 선조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
《한영우-율곡 이이 평전》(민음사,2013) 181쪽
이 책을 통해서
→ 이 책을 써서
→ 이 책을 내서
→ 이 책을 바쳐서
→ 이 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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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씁니다. 책 한 권을 써서 누군가한테 건넵니다. 책 한 권을 알뜰살뜰 써서 어느 한 사람한테 드립니다. 조선 사회에서 율곡이라는 분은 책을 한 권 써서 선조라는 임금한테 올렸다고 합니다. 임금한테 올리는 책은 ‘드리는’ 책이라 할 수 있고, ‘바치는’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율곡이라는 분은 “책 한 권으로 선조라는 임금한테 무엇을 바란다”고, “책 한 권을 올려 선조라는 임금이 무엇인가 제대롤 바로잡거나 고치기를 바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4347.11.7.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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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이 이 책을 써서 선조한테 무엇을 바라는가
“기대(期待)하는 것은 무엇인가”는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로 손보는데, 더 손질해서 “무엇을 바라는가”로 적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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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43) 통하다通 74
랑이와의 첫 만남은 보호자의 교감 신청을 통해서였습니다
《혜별-애니멀 레이키》(샨티,2014) 175쪽
랑이와의 첫 만남은 보호자의 교감 신청을 통해서였습니다
→ 랑이와는 보호자가 교감 신청을 해서 처음 만났습니다
→ 랑이는 보호자가 교감 신청을 해서 처음 만났습니다
→ 랑이는 보호자가 교감 신청을 했을 적에 처음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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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기글은 한글로 적었으나 한국말이라기보다는 일본 말투를 옮겼다고 할 만합니다. ‘-와의 -은’과 ‘-의 -을 通하다’는 모두 일본 말투입니다. 이 같은 말투를 오늘날 두루 쓰기도 하고, 이 같은 말투로 글을 적어도 사람들이 어렵잖이 알아듣는다고 하지만, 글을 쓸 적에는 오롯이 한국말이 되도록 마음을 기울여 가다듬을 수 있기를 바라요. 4347.11.7.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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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이는 보호자가 교감 신청을 했을 적에 처음 만났습니다
랑이와는 보호자가 교감 신청을 한 날 처음 만났습니다
“랑이와의 첫 만남은”은 “랑이와 처음 만난 때는”이나 “랑이와 처음 만난 자리는”으로 손볼 수 있는데, 글짜임을 손질해서 “랑이와는 …… 처음 만낫습니다”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교감(交感) 신청”은 그대로 써야 할는지 모르나, 이러한 말마디는 글쓴이가 생각을 기울여서 알기 쉽고 또렷하게 고쳐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