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말 짓는 애틋한 틀

 (316) 짓기 : 삶짓기


  한국말사전에 어떤 ‘짓다(짓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먼저, ‘집짓기’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짝짓기’와 ‘글짓기’가 있습니다. 이밖에 ‘눈물짓다’와 ‘한숨짓다’를 찾을 수 있습니다.


  한참 한국말사전을 뒤지다가 여러모로 궁금합니다. ‘집짓기’는 올림말로 다루면서 왜 ‘밥짓기·옷짓기’는 올림말로 안 다룰까요? 삶을 이루는 바탕은 밥과 옷과 집입니다. ‘밥하다’까지는 올림말로 다루는데, 왜 ‘밥짓다’는 올림말로 못 다룰까요? 이 같은 낱말조차 한국말사전에 없다면, 우리는 우리 삶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아리송합니다.


  한편, ‘눈물짓다’는 올림말이면서, 왜 ‘웃음짓다’는 올림말이 아닐까요? ‘글짓기’는 올림말이 되는데, 왜 ‘말짓기’는 올림말이 안 될까요? 글보다 말이 먼저요, 말이 있은 뒤 글이 태어났는데, 어떻게 ‘말짓기’를 올림말로 못 다룰까요?


  곰곰이 생각을 기울이면서 여러 가지 ‘짓기’를 하나씩 그립니다.


 밥짓기 옷짓기 집짓기 

 흙짓기 논밭짓기 숲짓기

 이름짓기 글짓기 말짓기 이야기짓기 그림짓기

 노래짓기 영화짓기 춤짓기 책짓기

 웃음짓기 눈물짓기 한숨짓기 

 생각짓기 마음짓기 사랑짓기 꿈짓기

 넋짓기 얼짓기 짝짓기 사람짓기

 삶짓기 하루짓기 살림짓기


  사랑짓기를 하는 사람이라면 ‘평화짓기’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꿈짓기를 하는 사람이라면 ‘놀이짓기’도 즐길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생각짓기’를 하는 사람이라면 ‘마음짓기’뿐 아니라 ‘하루짓기’와 ‘삶짓기’를 할 수 있을 테고, ‘마을짓기’와 ‘나라짓기’까지 아름다이 하리라 느껴요.


  살림을 짓고 흙을 짓습니다. 이야기를 짓고 숲을 짓습니다. 영화도 노래도 춤도 모두 스스로 짓습니다. 즐겁게 가꾸는 삶을 찬찬히 담아 책을 짓습니다. 서로 아끼고 보살필 넋을 짓습니다. 넋을 튼튼히 건사하도록 얼을 짓습니다. 마음과 생각을 한껏 여는 우리들은 ‘별짓기’, 그러니까 ‘지구짓기(지구별짓기)’를 할 수 있습니다. 4347.11.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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