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1636) 시작 59


가구는 숲에서 시작되므로 그 안에 반드시 숲의 흔적을 담고 있다

《김소연-수작사계, 자급자족의 즐거움》(모요사 펴냄,2014) 318쪽


 가구는 숲에서 시작되므로

→ 가구는 숲에서 비롯하므로

→ 가구는 숲에서 태어나므로

→ 가구는 숲에서 얻으므로

→ 가구는 숲에서 오므로

 …



  가구는 나무로 짭니다. 나무로 짜는 가구이니, 가구는 숲에서 ‘옵’니다. 숲에서 오는 나무라 할 적에는, 나무를 숲에서 ‘얻는’다는 뜻입니다. 나무를 숲에서 얻는다고 한다면, 나무가 먼저 숲에서 ‘태어나’서 ‘자라야’ 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가구는 숲에서 ‘비롯’합니다.


  숲에서 태어나 자란 나무에는 숲에서 태어나 자란 자국이 깃들어요. 우리가 걸어온 자국은 ‘발자국’이라 하듯이, 숲에서 나무가 자란 자국이라면 ‘숲자국’이라 하면 됩니다. 4347.11.6.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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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는 숲에서 비롯하므로, 반드시 숲자국을 담는다


‘-되므로’는 ‘-하므로’로 손보고, “그 안에”는 덜어내거나 “가구에는”으로 손봅니다. “숲의 흔적(痕跡)”은 “숲자국”으로 손질하고, “담고 있는다”는 “담는다”로 손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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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1637) 시작 60


마사에는 꼭 “우리 어머니가 그러셨는데”라며 말을 시작했다

《사노 요코/윤성원 옮김-나의 엄마 시즈코상》(이레,2010) 91쪽


 -라며 말을 시작했다

→ -라고 하며 말을 열었다

→ 하면서 말을 했다

 …



  말을 하니까 “말을 한다”고 합니다. 말은 ‘시작’하지 않습니다. 첫말을 꺼낸다든지 첫말을 연다고 한다면 “첫말을 한다”나 “말문을 연다”고 합니다. 이러한 자리에 ‘시작’을 쓰지 않습니다. 일본사람이라면 ‘始作’이라는 한자를 빌어 말을 할 테지만, 한국사람이라면 수수하게 ‘하다’나 ‘열다’라는 한국말을 기쁘게 씁니다. 4347.11.6.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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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에는 꼭 “우리 어머니가 그러셨는데”라고 하며 말을 했다


‘-라며’는 ‘-라고 하며’나 ‘하면서’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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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1639) 시작 61


셀프 힐링을 시작한 학생들의 수련 일지를 보면 이구동성으로 “시작하기까지가 어렵지 일단 시작하고 나니 이렇게 좋은 것을 왜 안 하려고 했을까?” 하고 감탄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혜별-애니멀 레이키》(샨티,2014) 61쪽


 시작하기까지가 어렵지 일단 시작하고 나니

→ 처음이 어렵지 한번 하고 나니

→ 처음 하기까지가 어렵지 한번 하고 나니

→ 첫걸음이 어렵지 한번 첫발을 떼고 나니

 …



  이 보기글에서는 ‘시작’이라는 한자말을 세 차례 씁니다만, 세 차례 모두 군더더기입니다. 세 군데에서 모두 ‘시작’을 덜 노릇입니다. ‘셀프 힐링’이라는 영어를 그대로 쓰고 싶다면, “셀프 힐링을 한 학생들이 쓴 글을 보면”이나 “셀프 힐링에 나선 학생들이 쓴 글을 보면”처럼 첫머리를 열어야 알맞습니다. 뒤쪽에 나오는 ‘시작’은 ‘처음’이나 ‘첫걸음’이나 ‘첫발’로 손질합니다.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는 일도 아주 좋은 일이요, 말과 글을 바르면서 알맞고 곱게 쓰는 일도 아주 좋은 일입니다. 마음을 다스리듯이 말과 글도 정갈하게 다스리기를 바랍니다. 4347.11.6.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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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마음을 다스린 학생들이 쓴 글을 보면 한목소리로 “처음이 어렵지 한번 하고 나니 이렇게 좋은데 왜 안 하려고 했을까” 하고 놀라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셀프(self) 힐링(healing)을 시작(始作)한”은 “스스로 마음을 다스린”이나 “손수 마음씻기를 한”으로 손보고, “학생들의 수련(修鍊) 일지(日誌)를 보면”은 “학생들이 쓴 글을 보면”으로 손봅니다. 이 보기글을 살피면, ‘힐링’과 ‘시작’과 ‘수련’을 잇달아 적지만, ‘시작’과 ‘수련’은 군더더기로 넣었습니다.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는 ‘한목소리로’로 손질하고, ‘일단(一旦)’은 ‘한번’으로 손질하며, “이렇게 좋은 것을”은 “이렇게 좋은데”로 손질합니다. “감탄(感歎)하는 것을”은 “놀라는 모습을”로 고쳐씁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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