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중꽃은 피고 지면서



  까마중풀을 약으로 쓴다고 한다. 그러나 까마중풀을 약풀로 여겨 알뜰히 돌보는 시골사람을 요즈막에는 찾아볼 수 없다. 약으로 내다 팔려고 잔뜩 키우는 사람은 있을 테지만, 어디에서나 흔히 돋고 자라는 까마중풀을 귀엽게 바라보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까마중잎은 아이들도 맛나게 먹는다. 요새 도시사람은 깻잎이나 상춧잎만 으레 먹지만, 까마중잎을 훑어서 먹으면 풀맛이 이렇게 다르면서 맛깔스럽구나 하고 느낄 만하리라 본다. 들풀을 어떻게 먹어야 할는지 잘 모르겠다면, 새까만 열매를 달짝지근하게 내놓는 까마중 풀잎부터 먹으면 재미있으리라 본다.


  까마중을 보면, 아주 조그마한 꽃을 천천히 내놓는다. 참으로 자그만 꽃을 차근차근 내놓는다. 고추꽃도 이렇게 핀다. 고추는 한꺼번에 열리지 않는다. 차근차근 열린다. 오이꽃도 감꽃도 모두 이렇다. 호박꽃도 이렇고 수세미꽃도 이렇다. 참말 모든 풀과 나무는 한꺼번에 맺히는 일이 없다. 차근차근 꾸준하게 내놓는다. 사람들이 날마다 꾸준히 즐길 수 있도록 알맞게 피고 지며 맺는다.


  더군다나, 어느 한 가지 풀열매와 나무열매가 한동안 맺다가 그치면, 다른 풀열매와 나무열매가 맺는다. 다른 풀열매와 나무열매가 한동안 맺다가 그치면, 또 새로운 풀열매와 나무열매가 맺는다. 네 철 내내 이러한 흐름을 잇는다. 우리가 저마다 숲을 제대로 돌보면서 건사할 수 있다면, 숲에서 네 철 내내 베푸는 아름다운 열매와 꽃과 풀을 듬뿍 누릴 만하다.


  한겨울에 어떻게 먹고사느냐 걱정하는 사람은 오늘날에 처음으로 생겼다. 예전에는 한겨울에 아무도 걱정하지 않았다. 걱정할 일이 있을까? 예전에는 멧토끼와 멧돼지와 멧짐승이 얼마나 많았는가? 풀만 먹는 멧짐승이 아주 많은데, 이 멧짐승이 겨울에도 굶지 않고 잘 살았다. 사람도 풀짐승과 같다. 사람도 숲이 베푸는 열매를 두루 누리는 즐거움을 받아들이면, 한 해 내내 아름다운 사랑을 꽃피우면서 삶을 지을 수 있다. 4347.11.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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