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과 마루문에 가림천 드리우기
부엌과 마루문에 가림천을 드리운다. 지난해와 지지난해에는 가림천이 없이 겨울을 났다. 따스한 고장인 전남 고흥이지만, 집살림에 너무 마음을 안 쏟은 탓에 가림천조차 드리우지 않았다. 가림천을 드리우기가 어려울까? 대나무를 알맞게 베어서 가져오고, 여러 날 마당에서 말린 뒤, 천을 알맞게 잘라서 대나무에 꿰고는, 다루문 위쪽에 못을 박아 척척 걸면 끝이다.
가림천을 드리운 부엌에서 가만히 바깥을 바라본다. 가림천을 두 마 더 마련해서 마루문을 마저 가려야 한다. 대나무도 조금 더 베어야지. 가림천에 깃든 무늬를 오랫동안 조용히 바라본다. 아이들이 가림천을 보더니, 맨 처음으로 알아본 무늬는 ‘사랑(하트)’이고, 다음은 ‘사슴(순록)’이며, 다음은 ‘나무’이다. 이렇게 세 가지를 알아보더니, 네 살 작은아이가 “산타클로스가 선물 가지고 와?” 하고 묻는다. 4347.11.3.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