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1634) 산보
큰길에 면한 버스정류장까지 가려면 굽이진 논밭 사이 길을 이십여 분 걸어 내려가야 한다. 봄과 가을엔 산보 삼아 걷기에 적당한 아름다운 길
《김소연-수작사계, 자급자족의 즐거움》(모요사 펴냄,2014) 135쪽
산보 삼아 걷기에
→ 나들이 삼아 걷기에
→ 마실 삼아 걷기에
→ 가볍게 걷기에
→ 나긋나긋 걷기에
…
‘산보’는 일본 한자말입니다. 일본사람이 언제나 즐겨쓰는 한자말입니다. 일제강점기 언저리부터 이 한자말이 퍼졌고, 나이든 분을 비롯해 일본책을 잘못 옮긴 글을 많이 읽은 사람들이 이 한자말을 익히 씁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이 일본 한자말을 곧잘 꼬집지만, 좀처럼 이 일본 한자말이 사라지거나 수그러들지 않습니다. 이런 낱말을 책이름에 함부로 쓰는 사람마저 있습니다.
한국말사전에서는 ‘산보’가 아닌 ‘산책’이라는 낱말로 고쳐쓰라고 밝힙니다. 그러면, ‘산책’은 얼마나 쓸 만할까 궁금합니다. 같은 한자말이면 일본 한자말만 안 쓰면 될 노릇인지 궁금해요. 한국사람이 예부터 널리 쓰던 ‘나들이’와 ‘마실’을 쓰도록 알려주거나 이끌 노릇이 아닌가 궁금합니다.
순옥의 산보 가자는 말은
→ 순옥이 마실 가자는 말은
공원에서 산보하다
→ 공원에서 나들이하다
동네 외곽을 산보하고 나서
→ 동네 둘레를 둘러보고 나서
→ 동네 언저리를 가볍게 걷고 나서
조금 더 헤아린다면, “바람 쐬면서 걷기에”나 “가볍게 걷기에”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나긋나긋 걷기에”나 “한들한들 걷기에”나 “즐겁게 걷기에”처럼 적을 만해요. “사뿐사뿐 걷기에”나 “호젓하게 걷기에”처럼 적어도 됩니다. 4347.10.27.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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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길에 있는 버스정류장까지 가려면 굽이진 논밭 사잇길을 이십여 분 걸어 내려가야 한다. 봄과 가을엔 마실 삼아 걷기에 알맞은 아름다운 길
“큰길에 면(面)한”은 “큰길에 있는”이나 “큰길가”로 다듬고, ‘적당(適當)한’은 ‘알맞은’으로 다듬습니다.
산보(散步) = 산책(散策)
- 왕한은 순옥의 산보 가자는 말은 대답도 하지 않고 / 공원에서 산보하다 /
매일 아침 동네 외곽을 산보하고 나서
산책(散策) : 휴식을 취하거나 건강을 위해서 천천히 걷는 일
- 거리로 산책을 나가다 / 아버지는 매일 아침 산책 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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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량한 말 바로잡기
(1635) 입구
마을 입구에서 올려다보면 까마득히 먼 듯했다
《김소연-수작사계, 자급자족의 즐거움》(모요사 펴냄,2014) 284쪽
마을 입구
→ 마을 어귀
→ 마을 앞
→ 마을 들머리
…
‘입구’는 한국말이 아닙니다. ‘출구(出口)’도 한국말이 아닙니다. 두 한자말을 더한 ‘출입구(出入口)’도 한국말이 아니에요. 한국말사전에서도 이를 잘 밝힙니다. ‘들목 ← 입구’, ‘날목 ← 출구’, ‘나들목 ← 출입구’처럼 손질해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말사전에서는 이 얄궂은 한자말을 고쳐써야 한다고 밝히면서도 보기글을 몇 가지 실었어요. 이 가운데 “극장 입구”는 “극장 어귀”나 “극장 앞”으로 손질하고, “회의장 입구”는 “회의장 어귀”나 “회의장 앞”으로 손질합니다. ‘들머리’로 손질할 수도 있습니다. 4347.10.27.달.ㅎㄲㅅㄱ
입구(入口) : 들어가는 통로. ‘들목’, ‘들어오는 곳’, ‘어귀’로 순화
- 지하철 입구 / 극장 입구에서 만나기로 하다 / 회의장 입구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