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82] 멈춤 손잡이



  두 아이를 자전거에 태우고 마실을 가는 길입니다. 누렇게 고운 가을 들녘을 달리는데 내리막을 만납니다. 빠르기를 줄이려고 자전거 손잡이에 붙은 ‘브레이크’를 잡습니다. 샛자전거에 앉은 큰아이가 이때 뒤에서 묻습니다. “아버지 뭘 잡았어요?” “응? 멈추는 손잡이 잡았어.” “멈추는 손잡이?” “응, 멈춤 손잡이.” “아, 그렇구나.” 0.0001초쯤 ‘브레이크’를 잡는다고 말하려다가 그만두고, 일곱 살 어린이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말을 고쳐서 이야기해 줍니다. 자전거를 만드는 회사에서도,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거의 다 ‘브레이크 레버’라는 영어만 씁니다. ‘브레이크 손잡이’라 말하는 사람을 보기란 아주 어렵습니다. 한 걸음 나아가 ‘멈춤 손잡이’나 ‘멈추개’라 말하는 사람은 아예 찾아볼 수조차 없습니다. ‘멈추개’라는 낱말은 한국말사전에도 오르지만, 이 낱말을 제대로 살피거나 익혀서 알맞게 쓰는 사람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습니다. 학교에서 이런 말을 안 가르치기 때문일까요. 신문이나 방송이나 책에서 거의 누구도 이 한국말을 안 쓰기 때문일까요. 한국사람 스스로 한국말을 안 쓰면, 한국말은 자랄 수 없고 클 수 없습니다. 4347.10.2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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