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81] 감알빛·감잎빛



  한자를 쓰는 이들은 ‘적색·청색·녹색·황색·백색·흑색’ 같은 낱말을 읊곤 합니다. 한자를 안 쓰는 이들은 ‘빨강·파랑·풀빛·노랑·하양·까망’ 같은 낱말을 읊습니다. 예부터 시골에서 흙을 만지며 살던 사람들은 한자를 몰랐고, 한자를 알 턱이 없었으며, 한자를 쓸 까닭이 없었습니다. 임금과 신하와 지식인 같은 이들만 중국 한자를 받아들여서 썼어요. 글을 쓰던 사람만 중국글을 빌어서 이녁 마음을 나타냈어요. 그래서, ‘적색·청색·녹색·황색·백색·흑색’ 같은 낱말은 한국말이 아닌 중국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외국말이거든요. 한국사람이 쓰는 한국말은 ‘빨강·파랑·풀빛·노랑·하양·까망’ 같은 낱말이에요. 가을에 감알을 바라보며 생각합니다. 감빛은 ‘감빛’으로 나타냅니다. 살구는 ‘살구빛’이고, 앵두는 ‘앵두빛’입니다. 빨강 하나를 놓고도 수많은 열매마다 다 다른 빛깔과 빛결과 빛무늬를 살펴서 곱게 이름을 붙여서 즐겁게 생각을 나누었어요. 같은 빨강이어도 ‘찔레알빛’과 ‘석류꽃빛’과 ‘석류알빛’은 모두 다릅니다. ‘감잎빛’을 말할 적에도 새봄에 돋는 옅푸른 감잎빛이랑 한여름에 짙푸른 감잎빛이랑 가을에 누렇게 물드는 감잎빛은 저마다 달라요. 그래서, 우리는 ‘봄감잎빛·여름감잎빛·가을감잎빛’ 같은 낱말을 새롭게 지어서 기쁘게 나눌 만합니다. 감알도 풋감과 잘 익은 감알마다 빛깔이 달라, ‘풋감알빛·말랑감알빛·단감알빛’처럼 갈라서 쓸 수 있어요. 둘레를 살그마니 살피면 온갖 빛깔이 살아나고, 갖은 숨결이 피어나면서, 아름다운 말이 태어납니다. 4347.10.2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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