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인형 만드는 마음



  곁님이 손뜨개로 인형을 짓습니다. 여러 해 만입니다. 여러 해 앞서 손으로 지은 인형은 천을 기우고 솜을 채운 인형이었고, 올해에 짓는 인형은 처음부터 실로 모양을 잡아서 뜬 다음 솜을 채우는 인형입니다.


  실을 한 땀 두 땀 엮어서 짓는 인형은 실이 퍽 많이 듭니다. 뜨개를 마치고 빨래를 한 뒤 빨랫줄에 널 때에, 빨랫줄이 출렁합니다. 물을 먹은 뜨개인형은 퍽 무겁습니다.


  온누리 인형이 어떻게 태어났을까 가만히 헤아립니다. 처음 인형을 지은 사람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하고 헤아립니다. 먼먼 옛날 인형을 한 올 두 올 떠서 아이한테 선물한 사람은 어떤 사랑이었을까 하고 곰곰이 그립니다.


  예나 이제나 손뜨개 인형을 선물받는 아이들은 신납니다. 기쁨을 환하게 드러내면서 활짝 웃습니다. 곁님이 빨랫줄에 넌 손뜨개 인형(아직 솜을 안 채운)이 볕을 잘 받도록 이리저리 빨랫줄 자리를 옮길 적에, 두 아이가 마당으로 쪼르르 달려나오더니, 빨래집게를 하나씩 척척 떼어서 아버지한테 건넵니다. “자요!”


  바느질은 하지 못하고, 아버지만큼 키가 자라지 못해 빨랫줄에서 옆으로 옮기지 못하지만, 손이 닿는 데에 있는 빨래집게는 떼어서 건넬 수 있습니다. 그래, 너희도 이 손뜨개 인형을 짓는 길에 한몫 하는구나. 해님이 우리 모두한테 아주 고운 숨결을 나누어 줄 테니, 저녁나절에 어머니하고 인형에 솜을 채워서 예쁘게 놀자. 4347.10.19.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마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