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알과 사광이풀 열매
이웃 할매가 심은 호박이 올해에도 돌울타리를 타고 자란다. 이 울타리는 많이 허물어져서 우리 집 마당이 고샅에서 들여다보이기도 한다. 호박넝쿨이 자라는 결을 살피다가, 호박꽃이나 호박알 사이사이 사광이풀 열매가 맺힌 모습을 본다.
이웃 할매가 심은 호박에서 굵게 알이 맺히면 이웃 할매가 따 갈까? 잘 모르겠다. 이웃 할매 말고 다른 사람이 지나가다가 똑똑 따 간다는 느낌을 지울 길이 없다. 그러면, 호박알과 나란히 맺힌 사광이풀 열매는 훑는 사람이 있을까? 사광이풀은 열매를 한약으로 쓰고 당뇨에 좋다고 하는데, 이를 깨달아 이 열매를 훑어서 잘 말린 뒤 달여서 먹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너나 할 것 없이 호박알은 냉큼 따 갈 테지. 임자가 따로 있어도 슬그머니 따 갈 테지. 그렇지만, 아무도 안 심은 사광이풀이 맺은 열매는 그야말로 아무도 안 훑는다. 약초도감에 사광이풀 이야기가 나오고, 한약방에서는 이 풀열매를 알뜰히 한약으로 다루어도, 참말 이러한 들풀을 제대로 눈여겨보거나 사랑하거나 아끼는 손길을 찾아볼 수 없다. 그저 풀약을 쳐서 때려잡거나 낫으로 석둑석둑 베어 없애야 한다고만 여긴다. 4347.10.1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