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76] 꽃내음



  어느덧 서른 해 즈음 묵은 만화영화 〈꼬마 자동차 붕붕〉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러한 만화영화가 거의 다 일본에서 들어왔기에 어른들이 아주 싫어했는데, 일본에서 빚은 만화영화라고는 하나 붓으로 물빛그림을 그려서 빚은 작품이기에 느낌이나 결이나 무늬가 아주 곱습니다. 노래도 꽤 재미있어요. 그러나 나는 이 만화영화에 흐르는 노래를 아이한테 고스란히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꽃향기(-香氣)를 맡으면”은 “꽃내음을 맡으면”으로 고치고, “어렵고 험(險)한 길”은 “어렵고 거친 길”로 고칩니다. 글을 읽고 말을 들을 줄 아는 우리 집 일곱 살 아이는 만화영화에 흐르는 말이 ‘꽃향기’와 ‘험한’인 줄 알지만, 아버지가 고친 말대로 고맙게 노래를 부릅니다. 가만히 보면 그렇거든요. 꽃에서 나는 내음이라 ‘꽃내음’이고, 거친 길이라 ‘거칠다’고 합니다. 만화영화에 한자말로 나왔다고 해서 그대로 알려주어야 하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한국말사전에는 한국말 ‘꽃내음·꽃냄새’를 안 싣기까지 해요. 한자말 ‘향기’는 ‘내음·냄새’를 한자로 옮긴 낱말일 뿐인 줄 모르는 사람이 아주 많아요. 잘 생각해 보면 누구라도 알 수 있습니다. ‘바람내음·풀내음·밥내음·빵내음·물내음·살내음·사랑내음·딸기내음’입니다. 이런 말마디를 ‘향기’로 바꾸지 못하고, ‘풀향기’나 ‘밥향기’ 같은 말을 쓰는 사람도 없습니다. 4347.10.1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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