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유교수의 생활 25
야마시타 카즈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만화책 즐겨읽기 394



삶을 배우는 사람

― 천재 유교수의 생활 25

 야마시타 카즈미 글·그림

 학산문화사 펴냄, 2007.6.25.



  어떤 사람은 학교를 다니는 동안 배웁니다. 어떤 사람은 학교를 다녀도 배우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은 학교를 다니지 않으나 배웁니다. 어떤 사람은 학교를 마치고 나면 더 배우지 않습니다.


  왜 어떤 사람은 학교를 다녀야 배우고, 학교를 안 다니면 안 배울까요. 왜 어떤 사람은 학교를 안 다녀도 배우고, 학교에 다녀도 안 배울까요.


  학교가 있거나 말거나 사람들은 스스로 배운다면, 학교라는 곳은 왜 있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학교가 있을 때에만 배우고 학교가 없을 때에는 안 배운다면, 우리 삶은 무엇이 될는지 궁금합니다.





- ‘불가사의하군. 저 둘은 그날의 운세점이 맞았는지 틀렸는지 밤이 되면 신경도 쓰지 않는다. 왜 검증도 하지 않고 믿을 생각부터 할까?’ (10쪽)

- ‘검증하는 것은 좋지만, 나에게 뭐가 좋은 일이고 뭐가 나쁜 일일까?’ (16쪽)

- “야단을 치지 않으면 리포트를 못 쓰나? 벌이 없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건가? 그러면 뭣 때문에 대학까지 왔는지 알 수가 없군. 대학이란, 앞으로 나아갈 길을 스스로 찾아내기 위해 오는 거라네.” (84쪽)



  바람이 불어 나뭇잎이 살랑살랑 춤을 춥니다.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은 고즈넉하면서 싱그럽습니다. 봄에도 가을에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숲에서 부는 바람은 우리 몸을 따사롭게 감쌉니다.


  바람은 아침저녁으로 다릅니다. 바람은 낮밤이 다릅니다. 뭍에서 부는 바람과 섬에서 부는 바람과 바다에서 부는 바람은 모두 다릅니다. 물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바람을 잘 읽어서 알아야 합니다. 들일이나 숲일을 하는 사람도 바람내음을 잘 헤아려서 알아야 합니다.


  물일을 하는 사람은 물빛을 읽습니다. 들일을 하는 사람은 들빛을 읽습니다. 물일을 하기에 물빛을 읽을 뿐 아니라, 흙내음을 함께 읽습니다. 냇물이나 바닷물은 물만 맑대서 맑지 않기 때문입니다. 숲에서 나무가 우거지고, 나무가 우거진 숲에서 골짝물이나 빗물 따라 고운 흙이 냇바닥이나 갯바닥으로 찬찬히 흐를 때에 비로소 냇물과 바다가 싱그럽습니다.


  한편, 들일이나 숲일을 하는 사람도 흙내음이나 풀내음뿐 아니라 빗소리와 바람결을 모두 읽습니다. 들과 숲은 풀과 나무만으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비가 내리고 햇볕이 쬐면서 들과 숲이 푸릅니다. 지구별을 이루는 모든 넋과 숨결을 읽을 때에 비로소 들도 숲도 물도 바다도 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그런 불확실한 것에 왜 인간은 몇 천 년이나 좌우되고 있을까요?” “누구나 불안하니까 남의 입을 통해 보증을 받고 싶은 게 아닐까요? 좋은 말을 들으면 그것만으로도 기쁘고요.” “현실감이 없어도 말입니까?” (24쪽)

- ‘당신이 기뻐하는 얼굴을 보고 있으면, 나도 기쁘다. 그래. 조금은 알 것 같다. 어쩌면 인간은 수 천 년 전부터 내가 지금 느낀 기쁨, 그런 기쁨을 느끼기 위해, 아득히 먼 별들을 서로 이어 신화를 만들어 내고, 태양이나 달, 나무나 바람, 삼라만상에 의미를 부여해 왔는지도 모른다.’ (31∼32쪽)



  야마시타 카즈미 님이 그린 만화책 《천재 유교수의 생활》(학산문화사,2007) 스물다섯째 권을 읽습니다. 배움길을 멈추지 않는 유택 교수는 어릴 적부터 늘 새롭게 배우려는 마음이고, 젊은이였을 적에도 언제나 새롭게 배우려는 넋이며, 나이가 들어 손녀를 보는 때에도 한결같이 새롭게 배우려는 숨결입니다.


  그런데, 유택 교수네 아버지는 유택이라고 하는 사람한테 삶이나 살림이나 숲이나 들은 거의 못 보여주거나 안 보여주었지 싶어요. 아마, 유택 교수네 아버지도 몰랐으니 못 보여주거나 안 보여주었을 테며, 마음이나 눈길을 기울이지 않았으니 못 가르치거나 안 가르쳤겠지요.


  누군가 유택 교수한테 텃밭을 보여주거나 가르친다면 어떠할까요? 아마 유택 교수는 처음에는 여러모로 쓴맛을 보거나 잘 안 될 테지만, 어느새 흐름을 깨우치고는 즐겁게 밭일과 논일을 누리리라 생각합니다.





- “어린이도 빨간 불일 땐 기다려야지. 어른들도 빨간 불일 때 건너는 사람이 있단다. 아무리 행동이 어른스러워도 겉모양이 어린아이면 어린아이 취급을 받는 법이야.” (39쪽)

- “나는 어른이란 논리적인 두뇌를 갖추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어. 아버지가 전하려 했던 뜻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지금도 감정적으로는 깨닫지 못하고 있단다.” (62쪽)



  배우려는 사람은 언제나 배웁니다. 공부를 해야 하거나 학문을 해야 하기 때문에 배우지 않습니다. 삶을 밝히고 싶기 때문에 배웁니다. 삶을 사랑하기에 배웁니다. 시험성적이 잘 나오기를 바라면서 배우지 않습니다. 삶을 한결 아름답게 가꾸고 싶기에 배웁니다. 1등이나 2등이 되려는 뜻에서 배우지 않습니다. 삶을 사랑하는 마음을 더 따사롭게 보듬고 싶어서 배웁니다.


  배움이란 티가 없는 몸짓입니다. 가르침도 티가 없는 몸짓입니다. 아이가 어버이한테서 말 한 마디를 배울 적에는 티가 없습니다. 어버이도 아이한테 말 한 마디를 가르치면서 티가 없습니다. 둘 사이에는 오직 사랑과 믿음이 감돕니다.





- “유택이는, 유택이는 어중간한 걸 이해 못해. 그러니까 그 사람의 말 ‘뒷면’에 있는 의미를 모르는 거야. 사람의 더러운 부분을 몰라. 열등감을 이해 못해. 보통 사람이 평범하게 생각하는 걸 몰라.” (136∼137쪽)

- “글쎄, 너는 영리하지도 않고 요령도 없지만, 눈앞에 있는 문제에서 결코 눈을 돌리지 않고 똑바로 맞서니까, 학교 공부를 넘어서, 언제나 평생, 진정한 의미의 공부를 계속하겠지.” (142∼143쪽)



  삶을 배우는 사람은 착합니다. 늘 배우기 때문에 착합니다. 늘 사랑을 배우기 때문에 착합니다. 왜냐하면, 삶이란 서로 아끼고 보살피는 따사로운 손길이에요. 그러니, 삶을 배우는 사람은 늘 서로 아끼고 보살피는 따사로운 손길로 하루를 지을 테니, 이녁은 늘 착하면서 참답고 아름답겠지요.


  만화책에 나오는 유택 교수뿐 아니라, 우리 둘레 누구나 착하면서 아름다울 수 있기를 빕니다. 만화책에 나오는 유택 교수뿐 아니라, 우리 모두 착하면서 아름답게 삶을 배울 수 있기를 빕니다. 4347.10.1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만화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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