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달리 읽을 책 (사진책도서관 2014.9.27.)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내가 도서관을 처음 열던 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지키는 한 가지가 있다. 책손이 되어 찾아온 분들이 ‘추천해 주기 바라는 책’을 여쭈면, 눈앞에 보이는 책부터 손수 끄집어 내어 읽으라고 말한다. 우리 도서관은 목록을 만들지 않을 뿐 아니라, 추천하는 책도 알려주지 않는다.


  나는 어떤 책도 추천하지 않는다. 다만, 나는 내가 읽은 책을 차근차근 이야기한다. 사진책이건 만화책이건 그림책이건 시집이건 어린이문학이건 인문책이건, 일찌감치 읽었든 오늘 다 읽었든, 우리가 저마다 다른 삶자리에서 다 다르게 누리면서 즐길 이야기란 무엇인가 짚는 ‘책느낌글’을 쓴다.


  모든 사람이 《태백산맥》이나 《토지》를 읽어야 하지 않는다. 《삼국지》나 《성경》을 모든 사람이 읽을 까닭이란 없다. 읽어도 그만, 안 읽어도 그만이다. 왜냐하면, 이런 책이든 저런 책이든, 우리한테 대수로울 한 가지는 ‘스스로 지어서 가꾸는 삶’이지 ‘더 읽어야 할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책은 100권 읽으나 1권 읽으나 10만 권 읽으나 똑같다. 삶은 한 살을 살다가 죽거나 백 살을 살다가 죽으나 오백 살을 살다가 죽으나 똑같다. 다를 까닭이란 조금도 없다.


  책을 읽을 적에는 즐거운 숨결이 되어 사랑스러운 마음으로 읽어 아름다운 넋이 되었는가 아닌가를 살필 줄 알면 된다. 삶을 가꿀 적에는 즐거운 하루를 누려 사랑스러운 노래를 부르고 아름다운 꿈을 키웠는가 아닌가를 헤아릴 줄 알면 된다. 이밖에 달리 무엇이 있겠는가.


  아이들은 고무줄놀이를 해야 즐겁지 않다. 아이들은 제기차기를 못해서 안 즐겁지 않다. 아이들은 연날리기를 반드시 해야 하지는 않다. 구슬치기를 해도 즐겁고, 돌멩이 하나를 만지작거려도 즐겁다. 손가락으로 꼬물거리며 놀아도 재미나며, 물방울을 튀겨도 신난다.


  명작이나 걸작이란 없다. 추천도서나 권장도서란 없다. 오직 책이 있을 뿐이요, 오직 이야기를 얻을 뿐이며, 오직 사랑을 받아서 나눌 뿐이다.


  다 달리 읽을 책이란, 다 달리 사랑하면서 가꿀 삶이라는 뜻이다. 다 달리 삶을 가꾸면서, 다 달리 길을 열 때에 아름답다는 뜻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처럼 입시지옥이 되어 모두 똑같이 바보가 되는 짓을 하면 할수록 ‘뒤에 숨은 독재정치’가 커진다. 오늘날 도시 문명 사회처럼 ‘사람들 스스로 돈 버는 기계’가 되고 말면, ‘뒤에 숨은 독재권력’이 늘어난다. 권정생 할배가 이녁 책이 ‘느낌표 추천도서’로 안 뽑히기를 바랐을 뿐 아니라, 아예 손사래까지 친 까닭을 사람들이 아직 제대로 못 읽는 듯하다.


  산들보라는 풀개구리 한 마리를 보며 좋다고 웃는다. 사름벼리는 길다란 걸상에 엎드려 만화순이가 된다. 집으로 돌아갈 즈음, 산들보라는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여기! 여기 창문! 여기 창문 닫아!” 하고 외치면서 논다.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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