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생각 4. 걷는 사람 살피기



  아이한테 자전거를 가르치려면 어버이가 옆에서 어버이가 함께 타면 됩니다. 아이만 혼자 타도록 하기보다는 아이와 함께 자전거를 함께 타요. 어버이가 아직 자전거를 잘 타지 못한다면, 이참에 아이와 함께 자전거를 배우면 되지요.


  어버이 스스로 자전거 타는 즐거움을 알아야 아이한테도 자전거를 가르칠 수 있습니다. 어버이 스스로 자전거로 달리며 누리는 바람맛을 알아야 아이한테도 즐거우면서 아름답게 자전거를 달리도록 이끌 수 있습니다.


  이웃을 살피면서 차근차근 자전거를 달리도록 하자면, 어버이와 아이가 모두 자전거를 잘 알아야 합니다. 아니, 아이들은 어버이한테서 삶과 넋을 고스란히 물려받으니, 어버이부터 먼저 삶과 넋을 아름답게 추스를 수 있어야겠지요.


  자전거를 처음 익혀서 탈 적에는 자전거에 몸을 맞추면 안 됩니다. 언제나 내 몸에 자전거를 맞추어야 합니다. ‘좋은’ 자전거를 얻었기에 자전거를 타도록 하지 않습니다. ‘자전거를 탈 만한 까닭’이 있을 때에 자전거를 탑니다.


  여느 때에는 두 다리로 즐겁게 다니다가, 때때로 자전거로 조금 더 멀리 마실을 다니는 즐거움을 누리려는 뜻에서 자전거를 달립니다. 더 빨리 달리려는 뜻에서 자전거를 타지 않습니다. 남보다 더 빨리 달리도록 하려고 자전거를 가르치지 않습니다.


  자전거를 탈 적에는 ‘내 자전거’보다 ‘걷는 사람’을 먼저 헤아릴 수 있어야 합니다. 내 자전거가 싱싱 달리니까, ‘걷는 사람’이 나한테 길을 열어 주어야 하지 않아요. 갑작스레 맞닥뜨리는 내리막길이라면, 이때에는 ‘걷는 사람’이 길을 내주는 쪽이 낫다고 할 만해요. 왜냐하면, 내리막길에서 자전거가 서기는 좀 어렵거든요. 내리막길에서 섣불리 자전거를 세우다가는 앞으로 한 바퀴 구를 수 있어요. 그리고, 자전거는 내리막길에서 함부로 빨리 달리면 안 됩니다. 둘레에 아무도 없는 내리막길이라면 빨리 내리꽂는 바람을 가를 수 있겠지만, 도심지나 골목처럼 사람들이 늘 오가는 데에서는 자전거가 함부로 빨리 달리면 안 돼요. 빠르기를 알맞게 늦추어 내려와야 합니다.


  ‘걷는 사람’이 ‘내 자전거’한테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면, 이는 폭력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오토바이와 자동차가 으레 ‘걷는 사람’한테 이렇게 하지요? 자전거마저 폭력이 된다면 내 이웃과 동무는 길에서 걸어다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자전거에 몸을 맞추지 말고, 몸에 자전거를 맞추라고 이야기합니다. ‘빠르기 숫자’에 얽매이지 말고, 자전거로 마실을 다니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헤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4347.10.4.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자전거와 함께 살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