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파람을 불어요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23
에즈라 잭 키츠 지음, 김희순 옮김 / 시공주니어 / 199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439



노는 아이와 어른

― 휘파람을 불어요

 에즈러 잭 키츠 글·그림

 김희군 옮김

 시공주니어 펴냄, 1999.5.20.



  어제 낮 우리 집 네 사람은 면소재지까지 씩씩하게 걸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군내버스를 탔지요. 네 살 작은아이가 처음으로 면소재지까지 혼잣힘으로 걸었습니다. 다만 면소재지 들어서는 어귀에서 작은아이가 힘들다며 칭얼거려서 아버지가 안고 걸었습니다.


  네 살 작은아이가 다른 사람 도움을 받지 않고 2킬로미터를 걸은 일은 처음입니다. 그러나, 길을 걷기만 할 적에는 이만 하지만, 집에서 누나와 뛰노는 삶을 돌아본다면, 2킬로미터뿐 아니라 10킬로미터도 달리지 싶어요. 그야말로 쉬잖고 뛰고 달립니다. 하루 내내 이리 달리고 저리 뜁니다.



.. 오, 피터는 얼마나 휘파람을 불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  (7쪽)





  군내버스를 타고 마을 어귀에서 내립니다. 아이들과 함께 한 시간 즈음 걸어간 길을 군내버스는 2∼3분 만에 데려다 줍니다. 마을 어귀에서 내린 작은아이는 졸음이 오고 힘들어 울음을 터뜨리려 합니다. 이때, 마을 어귀에서 쉬던 마을 할매 두 분이 우리를 부릅니다. 할머님네 ‘다 큰 아이들’이 어릴 적에 놀던 장난감이 있는데 가져가지 않겠느냐고 물으십니다. 할머님네 손자한테 갖고 놀라고 보여주어도 요새는 컴퓨터이니 로봇이니 다른 것만 쳐다보고 ‘짜맞추는 조각놀이’는 안 쳐다본다고 해요.


  마을 할매 한 분이 깨끗하게 씻어서 말렸다고 하는 조각놀이 장난감은 얼마나 오래되었을까요. 스무 해는 훨씬 넘었을 테고, 서른 해는 넉넉히 되었을 테지요. 서른 해를 웃도는 장난감일 텐데, 이 장난감을 이 깊은 시골마을에서 장만하기까지 얼마나 애쓰셨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값이 꽤 들었을 테고, 장만하려고 읍내에 다녀오셨거나, 아니면 순천이나 광주나 서울에 다녀오셨을는지 모릅니다. 예전에는 이 시골마을에서 ‘짜맞추는 조각놀이’는 이웃 동무한테 엄청나게 눈길을 받고 사랑을 모았으리라 생각합니다.



.. 피터는 종이상자에서 나와 집으로 향했습니다. 주머니에서 색분필을 꺼내 길고 긴 선을 그리며 갔습니다 ..  (14쪽)



  일곱 살 큰아이가 조각놀이 상자를 영차영차 듭니다. 꽤 묵직한데 혼자 집까지 들고 가겠노라 합니다. 그러고는, 두 아이는 졸음과 고단함 모두 잊고 눈을 말똥말똥 빛내며 저녁까지 해 넘어가는 줄 모르고 놉니다. 온 하루를 조각놀이 장난감으로 보냅니다.


  잠자리에 들 즈음 큰아이는 조각놀이 장난감에서 떨어집니다. 그림책을 읽고, 종이를 펼쳐 그림을 그립니다. 작은아이는 내내 조각놀이 장난감에 달라붙습니다. 잠자리에 들기 앞서까지 만지작거리다가, 자리에 눕혀 이불을 덮고 팔다리를 주무르니 어느새 까무룩 잠듭니다. 이튿날 아침까지 한 차례도 잠을 깨지 않습니다.


  큰아이도 밤새 잠을 한 차례도 깨지 않아요. 둘 모두 지난 하루가 엄청나게 긴 나날이었구나 싶습니다. 신나게 걷고, 마음껏 달리고, 거침없이 노래하고, 즐거이 어울려 복닥복닥 조각맞춤놀이를 했으니, 많이 고단했겠지요. 오늘 아침에 새로 일어나면 다시 조각맞춤놀이로 하루를 열 텐데, 오늘은 또 어떤 다른 놀이를 누리면서 보낼까 궁금합니다.





.. 피터는 어른처럼 보이려고 아빠의 모자를 써 보았습니다. 그리고 거울을 들여다보며 다시 휘파람을 불어 보았습니다. 여전히 휘파람 소리는 나지 않았습니다 ..  (19쪽)



  에즈러 잭 키츠 님이 빚은 그림책 《휘파람을 불어요》(시공주니어,1999)를 읽습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어린이는 휘파람을 불고 싶어 용을 쓰지만 도무지 안 됩니다. 이리 해도 안 되고 저리 해도 안 됩니다. 얼른 어른이 되면 휘파람을 불 수 있을까 싶어서 아버지 모자를 살며시 씁니다. 그러나 안 됩니다.


  아이는 몹시 서운합니다. 그래도 짐짓 아버지인 척하면서 어머니한테 다가가서 ‘아버지 흉내놀이’를 합니다. 아이 어머니는 아이가 아버지 모자를 썼어도 나무라지 않습니다. 아이가 하는 놀이를 고스란히 받아줍니다.


  아이는 바깥으로 나갑니다. 다시 뛰놉니다. 종이상자에도 들어가고 땅바닥에 그린 금을 따라 달리기도 합니다. 한참 놀이에 빠져 땀을 흘리던 어느 때에 갑자기 휘파람이 나옵니다. 어라, 휘파람이?


  그럼요. 휘파람은 누구나 불 수 있어요. 휘파람을 늘 생각하고, 언제나 휘휘 입으로 소리를 내고 혀와 입을 잘 오므리면서 생각하고 다시 생각하면, 드디어 휘파람을 불 수 있어요. 즐겁게 놀고 기쁘게 마음을 쏟으면 휘파람쯤! 거뜬히 해냅니다.


  즐겁게 노는 아이는 마음 가득 즐거운 기운이 넘칩니다. 즐겁게 놀며 어른이 된 사람은 언제나 즐겁게 웃고 노래하면서 일합니다. 이리하여, 즐거운 삶을 가꾸는 새로운 어른은 즐겁게 태어날 새로운 아이를 맞이해요. 즐거운 놀이가 즐거운 놀이를 낳습니다. 즐거운 놀이는 새롭게 이어져서 아름다운 사랑으로 태어납니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학원이나 학교에 매이지 말고, 아이들이 어디에서나 기쁘게 뛰놀 수 있기를 바랍니다. 노는 아이가 사랑스럽습니다. 놀 줄 아는 아이가 동무와 이웃을 사랑할 줄 압니다. 4347.10.4.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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