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55. 꽃과 하늘과 구름과 나무



  마음이 맑고 시원하다면, 사진을 찍을 적에 맑고 시원한 기운이 스밉니다. 마음이 어둡고 무겁다면, 사진을 찍을 적에 어둡고 무거운 기운이 감돕니다. 찍히는 사람이나 터전이 어떠한 모습인가에 따라 사진이 달라지기도 하고, 찍는 사람 마음에 따라 사진은 더 크게 달라집니다. 그래서, 똑같은 사람이나 터전을 앞에 두고, 사진을 찍는 사람에 따라 다 다른 모습이 나타나곤 해요.


  어떤 사람을 바라볼 적에, 이 사람이 마음이 아파서 우는구나 하고 느끼면 어떤 사진이 나올까요? 이 사람이 떼를 쓰며 우는구나 하고 느끼면 어떤 사진이 나올까요? 똑같은 사람이고, 똑같은 울음이지만, 바라보는 사람이 어떻게 느끼는가에 따라 사진은 사뭇 달라집니다. 신문에 실리는 보도사진을 보면, 신문 매체가 어떤 마음으로 기사를 쓰려 하는가에 따라 글과 사진이 모두 다른 이야기로 흐릅니다.


  꽃을 사진으로 찍을 적에 무엇을 느낄 수 있나요? 하늘빛을 사진으로 옮길 적에 무엇을 느낄 수 있나요? 흐르는 구름이나 우뚝 선 나무를 사진으로 담을 적에 무엇을 느낄 수 있나요? 마음이 하나도 안 움직이는데 그냥 사진기 단추를 눌러대지 않나요? 그저 멋있어 보이기에 서둘러 찍으려 하지는 않나요?


  어느 곳에서 어떤 것을 사진으로 찍더라도, 내 마음에서 이야기가 샘솟지 않는다면, 서로 즐겁게 나눌 만한 사진이 태어나지 않습니다. 어디를 가서 누구를 사진으로 찍더라도, 내 마음에 이야기 한 자락 길어올리지 않는다면, 다 함께 기쁘게 나눌 만한 사진을 얻지 못합니다.


  우리는 사진기를 빌어 마음을 나타냅니다. 사람 얼굴을 찍을 적에는, ‘찍히는 사람 마음’뿐 아니라, ‘찍히는 사람을 바라보는 사람이 어떤 마음인가’ 하는 이야기를 나란히 나타냅니다. 숲을 찍거나 꽃을 찍을 적에는 ‘이쁘거나 멋있어 보이는 숲이나 꽃’뿐 아니라 ‘숲과 꽃을 바라보는 사람이 어떤 마음이 되어 바라보려 하는가’ 하는 이야기와 숨결을 나란히 보여줍니다.


  마음에서 뭉클하고 무엇인가 움직일 때에 사진을 찍어요. 마음에서 이야기를 살며시 길어올리면서 사진을 찍어요. 마음을 넉넉하거나 푸근하게 살찌우면서 사진을 찍어요. 마음 가득 따사로운 사랑을 가꾸면서 사진을 찍어요. 이렇게 한다면, 우리가 찍는 사진은 언제 어디에서나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4347.9.28.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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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4-09-28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꽃가지를 배경으로 파란 하늘을 찍으신 건지, 하늘을 배경으로 붉은 꽃을 찍으신 건지, 여름인듯 가을인듯, 풍경인듯 계절인듯, 보일듯이 보이지 않는 마음입니다. 붉은 꽃보다 파란 하늘이 더 강렬하게 느껴져서 놀랐습니다. 다시 봐도 역시..

숲노래 2014-09-28 13:19   좋아요 0 | URL
이 사진을 찍던 날 깜짝 놀랐어요.
붉은 배롱꽃도, 파란 하늘도,
살짝 흩어지면서 사라지는 구름도,
어쩜 이렇게 아름다울까 하고 생각하면서
사진기로 얼마까지 담을 수 있나 하고 올려다보며
석 장을 찍었어요.

사진기로 콘트라스트를 강하게 하지 않고
보통대로 두면서
(저는 콘트라스트 강조를 한 번도 쓴 적이 없어요)
눈에 보이는 느낌 그대로 담으려 하던 날이었어요.

참말 하늘이 새파랗게 열린 날에는
그저 보이는 대로 담으면
엄청나구나 싶은 사진이 나오는구나 하고 깨달은 날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