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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에누리 책’ 읽지 말자 (박시백 조선왕조실록)



  어느 누리장터에서 박시백 님 만화책 《조선왕조실록》(휴머니스트 펴냄)을 부록과 이것저것 끼우고 책꽂이까지 덩달아 얹어서 129,900원에 판다고 한다. 이 만화책에 붙은 제값(정가)은 217,000원이라고 한다. 이것저것 끼우는 값을 치면, ‘반값 에누리’보다 더 싸게 파는 셈이다.


  곰곰이, 곰곰이, 참으로 곰곰이 생각해 본다. 박시백 님이 빚은 만화책 《조선왕조실록》은 이렇게 ‘반값 에누리 책’으로 마구 팔아치워도 될 만한가? 이 책은 그만 한 값어치밖에 안 되는가? 이 책이 참말 ‘떨이’로 팔아넘겨도 될 만한가?


  박시백 님 만화책 《조선왕조실록》이 아름답거나 훌륭하거나 알차다고 한다면, ‘반값 에누리 책’이 아닌 ‘제값 다 받는 책’으로 팔 수 있어야 한다고 느낀다. 요즈음 흐름으로 보더라도, ‘10퍼센트 에누리’와 ‘10퍼센트 우수(적립금)’를 붙일 수 있을지라도 ‘반값 에누리’란 도무지 말이 안 된다.


  반값으로 에누리를 해서 사는 새책은 우리한테 얼마나 피와 살이 될까 알쏭달쏭하다. 아름답거나 훌륭한 책을 반값으로 에누리를 해서 사야 하는지 아리송하다.


  반값으로 에누리를 해서 파는 까닭은 뭘까? 아무래도, 출판사에서 이러한 값으로 내놓아도 ‘돈을 벌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리라. 이러한 값으로 책을 팔면서, 사람들이 다른 출판사 다른 아름다운 책을 사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노릇이라고 느낀다.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하나 아주 또렷하게 알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을 펴낸 ‘휴머니스트’ 출판사는 《조선왕조실록》을 217,000원이 아니라 129,900원으로 붙여서 내놓아도 될 만하다. 아니, 이제부터는 책값을 이렇게 고친 뒤 ‘제값대로 받기’를 할 노릇이라고 느낀다. 처음부터 제값이 아닌 뻥튀기 값을 붙였기에, 이렇게 ‘반값 에누리’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출판사에서 반값 에누리로 책을 팔기에 이 나라 책마을이 어지럽다. 출판사에서 반값 에누리로 내놓는 책을 사람들이 깊이 생각하지 않고 덥석 장만하기 때문에, 이 나라 책마을은 도무지 제자리를 못 찾고 그저 어지럽기만 하다. 《조선왕조실록》이라는 박시백 님 만화책이 ‘반값 에누리 책’이 되었으니, 나는 이 만화책을 우리 아이들한테는 안 보여줄 생각이다. 내 이웃들한테도 이런 만화책은 아이들한테 보여주지 말라고 알릴 생각이다. 4347.9.2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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