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68] 풀밭길



  도시에서는 왜 ‘보도블럭 까뒤집기’ 같은 바보짓을 하면서 돈은 엉터리로 쓰고, 사람들은 으레 공무원 바보짓을 손가락질을 해야 할까 궁금합니다. 가만히 보면, 사람들이 다니는 거님길 보도블럭도 자꾸 갈지만, 자동차가 오가는 찻길도 자꾸 갈아요. 이러면서 돈이나 자원을 끝없이 들이고, 사람들은 짜증이 생깁니다. 나는 아이들과 시골에서 살기에, 시골사람 눈으로 가만히 바라보면서 생각합니다.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숲길이나 멧길은, 그러니까 사람이 두 다리로 조용히 오가는 들길이나 흙길은 아무도 손질하지 않습니다. 숲길·멧길·들길·흙길은 돈이나 자원을 하나도 안 들이지만, 망가지지 않아요. 게다가, 이 길을 걷는 사람은 누구나 즐겁습니다. 이런 길은 아이들이 뛰노는 자리, 다시 말하자면 놀이터가 됩니다. 숲길·멧길·들길·흙길이란 ‘풀밭길’입니다. 풀이 없이 휑뎅그렁한 곳은 사람이 두 다리로 지나가도 발자국이 남고 땅이 패이고 비가 오면 쓸립니다. 그러니까, 들길이어도 풀이 없는 들길은 들길답지 않습니다. 참다운 숲길이나 흙길이란, 풀이 자란 길입니다. ‘풀밭길’일 때에 싱그럽고 아름다우면서 즐겁고 사랑스러운 길이 되고 놀이터가 돼요. 거님길이 풀밭이나 풀숲이 되도록 한다면, 돈이나 자원을 함부로 버릴 일이 없고, 공무원을 나무랄 일이 없으며, 걷기 좋도록 풀을 알맞게 다스려야 하니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도시 곳곳이 딱딱한 시멘트 보도블럭이 아닌 풀밭길이나 풀숲길이라면, ‘풀숲거님길’이나 ‘풀밭거님길’이 되면 얼마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울까요. 4347.9.23.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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