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 일기 73] 아이들과 나들이

― 몸을 살리는 하루



  시골에서 살며 아이들과 나들이를 다닙니다. 나들이란 자가용을 끌고 어느 곳을 찾아다니는 일이 아닙니다. 나들이란 ‘쇼핑’도 ‘장보기’도 아닙니다. 나들이란, 말 그대로 우리 집 바깥으로 나가서 살며시 바람을 쐬고는 다시 들어오는 일입니다.


  해가 떨어진 저녁에 혼자 조용히 마당으로 내려서서 별바라기를 하거나 나무바라기를 하면, 작은아이나 큰아이 가운데 한 녀석이 아버지를 알아챕니다. 조용히 저녁빛을 누리면서 저녁내음을 맡으려 했지만, 어느새 아이들한테 둘러싸입니다. 오늘 저녁에는 작은아이가 “아버지가 깜깜한데, 나간대. 누나야, 얼른 나와!” 하고 부르는 소리를 듣습니다. 저녁에 아이들을 재우기 앞서 마을 한 바퀴를 으레 도니까, 작은아이가 콩콩콩 뛰면서 저녁마실을 하고 싶은가 봐요.


  아이들과 나들이를 다니면서 언제나 느낍니다. 아이들은 버스나 기차를 타고 어디 먼 데를 다녀오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버스이든 기차이든 살짝 타 보기를 바랄 뿐, 오래 타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뛰거나 달리기를 바랍니다. 스스로 두 다리로 걷기를 바라고, 걷다가 힘들면 어버이 품에 안기거나 업히기를 바라요. 또는, 아무 데나 폭삭 주저앉아서 쉬기를 바랍니다.


  나들이는 어떻게 하면 될까요? 홀가분하게 다니면 됩니다. 돗자리를 하나 챙겨도 좋고, 물병은 꼭 챙깁니다. 슬금슬금 걷다가 마땅한 풀숲이나 나무그늘이 있으면 즐겁게 앉으면 됩니다. 아이들은 다리가 아파서 쉬겠다고 하더라도, 살짝 앉았다가 일어납니다. 다 쉬었다지요. 그러고는 또 달리고 뛰면서 까르르 웃습니다.


  어른은 몸을 움직여 일합니다. 아이는 몸을 움직여 놉니다. 어른이나 아이는 모두 즐겁게 움직이면서 몸놀림을 가다듬습니다. 몸놀림이 아름다운 사람은 어릴 적부터 잘 놀았다는 뜻입니다. 몸놀림이 부드러운 사람은 어릴 적부터 온갖 놀이를 누렸다는 뜻입니다. 몸놀림이 사랑스러운 사람은 어릴 적부터 동무하고 신나게 놀았다는 뜻입니다.


  몸놀림과 함께 손놀림을 헤아려 보셔요. 어릴 적부터 나뭇가지와 돌과 풀과 흙과 모래를 가까이 두면서 늘 만지작거린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면, 손놀림이 멋지거나 야무지거나 곱거나 사랑스러운 어른이 됩니다.


  살가우면서 가벼운 나들이는 언제나 몸을 살립니다. 하하 웃고 노래하면서 이야기꽃 피우는 마을 한 바퀴 걷기는 늘 몸을 살찌웁니다. 4347.9.21.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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