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233) 비위생적 1


그 오해란 첫째, 재래식 부엌은 비위생적이고 비효율적인 공간으로 인식된다는 점이다

《함한희-부엌의 문화사》(살림,2005) 11쪽


 재래식 부엌은 비위생적이고

→ 전통 부엌은 깨끗하지 않고

→ 예전 부엌은 지저분하고

→ 옛집 부엌은 퀴퀴하고

→ 시골집 부엌은 추레하다고

 …



  한국말사전을 살피니 ‘비위생적’이라는 낱말이 나옵니다. 그러나 ‘비위생’이라는 한자말은 없습니다. ‘비위생’은 없는데, 어떻게 ‘비위생적’이라는 낱말은 한국말사전에 실릴 수 있을까 알쏭달쏭합니다.


  한국말은 ‘깨끗하다’와 ‘지저분하다’입니다. ‘위생적’이나 ‘비위생적’을 쓸 까닭이 없습니다. ‘정갈하다’와 ‘더럽다’ 같은 한국말이 있으니 ‘위생’이든 ‘비위생’이든 쓸 일이 없어요.


 비위생적 환경 → 지저분한 환경

 비위생적 처리가 큰 문제 → 지저분한 처리가 큰 말썽

 음식이 너무나 비위생적이다 → 밥이 너무나 지저분했다


  한국말로 나타낼 길이 없다면 외국말을 빌어서 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부터 줄곧 쓰던 한국말이 있는 만큼, 한국말을 알맞고 바르게 잘 쓰면 됩니다. 4338.6.27.달/4347.9.19.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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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아는 첫째, 예전 부엌은 더럽고 안 좋은 곳으로 여긴다는 대목이다


한자말 ‘오해(誤解)’는 “뜻을 잘못 앎”을 가리킵니다. 보기글에서는 “잘못 아는 첫째”나 “잘못 생각하는 첫째”로 손봅니다. “재래식(在來式) 부엌”은 “옛날 부엌”이나 “옛집 부엌”이나 “시골집 부엌”으로 손질하고, ‘비효율적(非效率的)인’은 ‘효율이 떨어지는’이나 ‘쓰기 나쁜’이나 ‘안 좋은’으로 손질합니다. ‘공간(空間)’은 ‘곳’이나 ‘자리’로 다듬고, “인식(認識)된다는 점(點)이다”는 “여긴다는 대목이다”나 “생각한다는 대목이다”로 다듬습니다.



비위생적(非衛生的) : 위생에 좋지 않거나 알맞지 아니한

   - 비위생적 환경 / 비위생적 처리가 큰 문제 / 음식이 너무나 비위생적이다

위생(衛生) : 건강에 유익하도록 조건을 갖추거나 대책을 세우는 일

   - 위생 검사 / 위생 관념 / 위생 상태가 나쁜 음식점


..


 '-적' 없애야 말 된다

 (1692) 비위생적 2


엄마는 전에도 몇 번이나 이 곰인형을 버리자고 말했다. ‘비위생적’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카롤린 필립스/전은경 옮김-커피우유와 소보로빵》(푸른숲주니어,2006) 46쪽

 

 ‘비위생적’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 ‘더럽기’ 때문이였다

→ ‘지저분하기’ 때문이란다

 …



  오래되어 낡은 인형이라면 좀 더럽거나 지저분해 보일 수 있습니다. ‘꾀죄죄하’게 보일 수 있어요. 그래서 버리자는 말이 나올 수 있어요.


  그런데, 이 글월을 살피면, “-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같은 번역 말투가 나옵니다. 어쩌면, 사전에 나온 뜻풀이 그대로 적느라 ‘비위생적’ 같은 낱말을 썼을는지 모릅니다. 독일말사전에서 ‘ungesund’를 찾아봅니다. “건강에 해로운, 비위생적인”으로 풀이합니다. 영어사전에서 ‘insanitary’를 찾아봅니다. “비위생적인, 불결한”으로 풀이합니다.


  아하, 그렇군요. 그러니까 사전에 나온 대로 적었을 뿐이로군요. 외국책을 한국말로 옮긴 분이 사전 말풀이 그대로 적으니 이처럼 ‘비위생적’ 같은 한자말을 함부로 쓴 셈이로군요. 그러면, 사전을 엮은 이들은 어디에서 이런 낱말을 보고 배웠을까요? 왜 외국말을 한국말로 제대로 옮길 생각은 않고 ‘비위생적’ 같은 한자말을 끌어들였을까요? 일본사전을 보고 베꼈을까요? 지난날 학자들이 일본말로 학문을 배웠기 때문에, 이 얄궂은 뿌리와 흐름이 오늘날까지 바로잡히지 않은 탓일까요?


  그나저나, 독일말사전이든 영어사전이든 ‘지저분하다’나 ‘더럽다’ 같은 한국말을 안 씁니다. ‘추레하다’나 ‘꾀죄죄하다’ 같은 한국말도 안 씁니다. 한국말을 안 쓰는 사전을 한국사람이 만듭니다. 4347.9.19.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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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예전에도 몇 번이나 이 곰인형을 버리자고 말했다. ‘더럽기’ 때문이란다


‘전(前)에도’는 ‘예전에도’로 고쳐씁니다. “-이라는 것이 그 이유(理由)였다”는 영어 번역 말투입니다. 이와 같이 잘못 쓰는 말투는 마땅히 바로잡아야겠습니다. “-이기 때문이었다”나 “-이기 때문이란다”로 바로잡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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