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371) -화化 24 : 초토화 1
이 유충들이 카사바를 다 먹어치워 농장을 초토화시켰던 것이다 … 또한 개미는 여기저기를 옮겨 다니며 초토화시키기 때문에 집을 옮겨야 하는 사태도 발생한다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윤효진 옮김-곤충ㆍ책》(양문,2004) 27, 59쪽
농장을 초토화시켰던 것이다
→ 논밭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 논밭을 다 망쳐 놓았다
초토화시키기 때문에
→ 쑥대밭으로 만들기 때문에
→ 망쳐 놓기 때문에
…
농사짓는 곳을 ‘농장(農場)’이라고도 합니다. 포도농장이라든지 돼지농장이라든지 하면서. 그러나, 열매나무를 가꾸는 곳이라면 ‘포도밭’이나 ‘능금밭’이이나 ‘배밭’처럼 ‘-밭’이라는 낱말을 뒤에 붙일 적에 한결 잘 어울립니다. 짐승만 치는 곳이라면 ‘돼지치기집·소치기집·닭치기집’이나 ‘돼지집·소집·닭집’처럼 쓸 수 있어요.
농촌이 초토화의 위기에 처해 있다
→ 농촌이 무너질 판이다
→ 농촌이 무너지려 한다
순식간에 초토가 되었다
→ 하루아침에 잿더미가 되었다
→ 금세 잿더미가 되었다
인정이 메말라 버린 초토
→ 마음이 메말라 버린 거친 땅
→ 사랑이 메말라 버린 쓸쓸한 땅
“초토가 된다”를 뜻하는 ‘초토화’를 살펴봅니다. ‘초토’란 불에 타서 검게 그을린 땅이라고 합니다. 불에 탄 땅이라, 그러면 우리 말로는 ‘잿더미’일 테군요. 무엇이든 불에 타면 재가 되고, 집이나 숲이나 마을이 타 버리면 재가 더미로 쌓여서 잿더미가 됩니다.
불에 타지 않았으나 잿더미처럼 되게 한다면, 망가뜨리거나 망치거나 무너뜨리는 셈입니다. 마을을 무너뜨리고 시골을 망가뜨리며 삶터를 흔들어 버린다고 할까요.
잿더미로 만들다 . 쑥대밭으로 만들다
무너뜨리다 . 망가뜨리다 . 망치다
짓밟다 . 짓이기다 . 짓누르다
가만히 보면, 우리는 우리 스스로 한국말을 무너뜨리는지 모릅니다. 우리 손으로 우리 말살림을 잿더미로 바꾸는지 모릅니다.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운 말하고는 동떨어지는지 모릅니다. 4339.1.12.나무/4347.9.14.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이 애벌레들이 카사바를 다 먹어치워 논밭을 다 망쳐 놓았다 … 또한 개미는 여기저기를 옮겨 다니며 쑥대밭으로 만들기 때문에 집을 옮겨야 하는 일도 생긴다
‘유충(幼蟲)’은 한자말이고, ‘애벌레’는 한국말입니다. “집을 옮겨야 하는 사태(事態)도 발생(發生)한다”는 “집을 옮겨야 하는 일도 생긴다”나 “집마저 옮겨야 하곤 한다”로 다듬어 줍니다. “초토화시켰던 것이다”는 “초토화시키고 말았다”나 “초토화시켰다”로 고칩니다.
초토화(焦土化) : 초토가 됨. 또는 초토로 만듦
- 농축산물의 개방으로 농촌이 초토화의 위기에 처해 있다
초토(焦土)
1. 불에 타서 검게 그을린 땅
- 마을은 불타 순식간에 초토가 되었다
2. 불에 탄 것처럼 황폐해지고 못 쓰게 된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그는 인정이 메말라 버린 초토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
..
'-화(化)' 씻어내며 우리 말 살리기
(186) -화化 186 : 초토화 2
교육에 대한 우리의 접근 방식에 대체 무엇이 잘못이길래 우리 아이들이 저마다 가진 능력을 그렇게나 초토화시키는 걸까
《톰 새디악/추미란 옮김-두려움과의 대화》(샨티,2014) 197쪽
초토화시키는 걸까
→ 짓밟고 말까
→ 억누르고 말까
→ 깡그리 없앨까
→ 몽땅 없앨까
→ 갈기갈기 찢을까
…
아이들이 아이다움을 잃도록 하는 교육이라면, 이러한 교육은 아이들을 짓밟거나 억누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처음 태어날 적부터 가슴에 품은 따사로운 숨결이 깡그리 없어지거나 몽땅 사라진다고 할 만합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잘못 가르치거나 엉터리로 이끌면서 아이들 마음을 갈기갈기 찢는다고 할 테지요.
아이들 마음이 잿더미가 되지 않기를 바라요. 아니, 아이들 마음이 사랑누리가 되기를 바라요. 아이들 마음이 쑥대밭이 되지 않기를 바라요. 아니, 아이들 마음이 꿈누리로 활짝 피어나기를 바라요. 4347.9.14.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교육에 다가서는 우리가 참말 무엇을 잘못했기에 우리 아이들이 저마다 가진 솜씨를 그렇게나 짓밟고 말까
“교육에 대(對)한 우리의 접근(接近) 방식(方式)이”는 “교육에 다가서는 우리가”나 “교육을 마주하는 우리가”나 “우리가 교육에 다가서는 매무새가”나 “우리가 교육을 마주하는 몸가짐이”로 다듬습니다. ‘대체(大體)’는 ‘참말’이나 ‘참말로’로 손보고, ‘능력(能力)’은 ‘솜씨’나 ‘재주’나 ‘기운’이나 ‘힘’으로 손봅니다. “-시키는 걸까”는 “-시킬까”나 “-시키고 말까”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