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깨꽃이 피기에



  들깨꽃이 핀다. 들깨꽃에서는 들깨내음이 나고, 들깨내음은 둘레를 포근하게 감싼다. 들깨에서 얻으니 들기름이고, 참깨에서 얻으니 참기름이다. 그런데, 나는 들기름과 참기름이 왜 어떻게 다른지 몰랐다. 도시에서 태어나 자란 탓이라고 할 수 있을 테고, 나처럼 들기름이랑 참기름이 서로 어떻게 다른지 모르는 아이가 많았을 텐데, 도시에서 나고 자랐어도 두 가지 기름을 잘 알던 아이도 있었겠지. 이와는 거꾸로, 시골에서 나고 자랐으면서 들기름과 참기름을 모르는 아이도 있었을까. 아마 있었으리라 본다. 그리고, 요즈음 시골에서 살더라도 들깨와 참깨를 가누지 못하거나 들기름과 참기름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는 아이도 있으리라.


  그나저나 기름을 짜려면, 들깨이든 참깨이든 꽤 많이 심어서 거두어야 한다. 꽤 많이 거둔 깻대를 햇볕에 여러 날 잘 말려야 한다. 잘 말리고 나서 신나게 털어야 한다. 신나게 턴 뒤에 키를 써서 잘 까불러야 한다. 기름 한 방울을 얻기까지 흘리는 땀이 되게 많고, 기름 한 방울을 얻으려고 먹어야 하는 먼지가 참으로 많다.


  들깨꽃이 핀다. 들깨꽃이 피기에 여름이 저물면서 가을로 접어드는 냄새를 맡는다. 들깨꽃은 참깨꽃과 사뭇 다르다. 둘 모두 깨꼿이지만 들깨랑 참깨랑 모양새나 빛깔이나 무늬가 참 다르다. 오늘날에는 도시에서 고기를 구워 먹을 적에 으레 깻잎에 싸서 먹는데, 깻잎이 참깻잎인지 들깻잎인지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깻잎을 솎으려면 또 얼마나 품을 들여야 하는가를 깨닫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깻잎도 중국에서 들여올까? 깻잎도 비닐집에서 키울까?


  우리 어머니가 키우는 들깨꽃을 바라본다. 어머니는 들깨꽃을 날마다 바라보면서 어떤 바람을 마시고 어떤 생각을 지을까. 어머니는 언제부터 들깨꽃을 보았을까. 우리 어머니는 갓난쟁이였을 적부터 들깨꽃을 보았을까. 나는 얼굴도 안 떠오르는데, 우리 외삼촌이 우리 어머니가 어릴 적에 등에 업고 들깨밭에서 들깨꽃을 보여주고 들깨내음을 맡게 해 주었을까. 4347.9.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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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4-09-12 19:32   좋아요 0 | URL
들깻잎은 지나가다 가끔 본 적이 있는데, 들깨꽃은 처음 봤어요.^^
보라빛 꽃이 참 예쁘네요~ 그런데 잎의 색깔이 두가지가 나네요~?^^
비가 차분히 내리는 밤, 올려주신 글과 사진으로 싱그럽습니다~*^^*

숲노래 2014-09-13 03:16   좋아요 0 | URL
들깨도 참깨도 가짓수는 여럿 있으니까요~ ^^

나락(벼)도 가짓수가 많았지만
이제는 정부 주도 개량종으로 거의 '통일'이 되었어요.

아무튼, 들깨는 저렇게 두 가지가 섞여서 자랄 적에
냄새로나 열매(깨)로나 한결 고소하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