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쓰면 우리 말이 깨끗하다
(83) 우리의 1
우리의 경로는 양옆의 바위 언덕으로 둘러싸인 이 호수를 에둘러 가는 것이었다
《쿤가 삼텐 데와창/홍성녕 옮김-티벳전사》(그물코,2004) 98쪽
우리의 경로는 … 에둘러 가는 것이었다
→ 우리가 갈 길은 … 에둘러 가는 길이다
→ 우리 길은 … 에둘러 간다
→ 우리는 … 에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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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말 ‘경로(經路)’는 “지나는 길”이나 “가는 길”을 뜻합니다. 보기글에서는 “우리의 경로”로 적었습니다만, “우리가 지나는 길”이나 “우리가 가는 길”로 고쳐써야 올바릅니다. 그런데, 이렇게 고쳐쓰고 나면, “우리가 가는 길은 … 에둘러 가는 것이다”와 같은 글꼴이 돼요. 그래서 이 글월은 통째로 손질해서 새로 써야 합니다. 4337.11.26.쇠/4347.9.12.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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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우리는 바위 언덕으로 둘러싸인 이 못을 에두르는 길을 간다
ㄴ. 우리는 바위 언덕으로 둘러싸인 이 못을 에둘러 가기로 했다
‘양(兩) 옆’이라고도 쓸 수 있습니다만, ‘두 옆’으로 쓰거나 ‘옆’이라고만 하면 한결 낫고, “이쪽 저쪽 모두”로 손볼 수 있는데, 이 글월에서는 아예 덜 만합니다. “에둘러 가는 것이었다”는 “에둘러 갔다”로 다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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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안 쓰면 우리 말이 깨끗하다
(111) 우리의 2
그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 우리의 영혼이 영원한 기쁨을 누릴 수 있는지 없는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로리 팰라트닉,밥 버그/김재홍 옮김-험담》(씨앗을뿌리는사람,2003) 24, 32쪽
그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 그 선택은 우리 몫이다
→ 그렇게 하는 건 우리 몫이다
→ 어떻게 하느냐는 우리 몫이다
우리의 영혼이 기쁨을 누리다
→ 우리 넋이 기쁨을 누리다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 우리 선택에 달렸다
→ 우리가 선택하기에 달렸다
→ 우리가 하기에 달렸다
→ 우리 하기 나름이다
→ 우리가 어떡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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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가리키는 대이름씨 가운데 ‘우리’가 있습니다. 이 말은 “우리 형”, “우리 집”, “우리 나라”, “우리 남편”, “우리 집 개”라고 말할 때에 씁니다. 그냥 ‘우리’ 꼴로 적어야 알맞습니다. 그러나 요사이 들어 ‘우리’ 뒤에 토씨 ‘-의’를 잘못 붙인 말을 흔히 봅니다.
어느 자리이건 ‘우리’라고만 적어야지요. ‘나’라는 말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나의’가 아니라 ‘내’로 적어야 올바릅니다. 그러나 자꾸자꾸 얄궂게 ‘-의’가 들러붙어요. 어쩌면 요즈음은 바르거나 알맞게 쓰는 말보다, 아무렇게나 써도 된다는 생각이 널리 퍼지는 바람에 이러하지 싶기도 합니다. 외국말을 배우는 사람은 늘어나도 한국말을 배우는 사람은 없거나 드물기 때문에 이러하지 싶기도 합니다.
가만히 보면, 영어 한 마디 잘못 쓰면 아주 큰 잘못이라고 낱낱이 따지는 사람이 많지만, 한국말 한 마디 잘못 쓰는 일은 ‘그게 왜 대수이냐? 그렇게 쓸 수 있지 않느냐?’ 하고 되레 따지기도 합니다. 4337.12.30.나무/4347.9.12.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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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느냐는 우리 몫이다 … 우리 넋이 언제까지나 기쁨을 누릴 수 있는지 없는지는 우리가 하기에 달렸다
한자말 ‘선택(選擇)’은 그대로 두어도 되겠지요. 그러나 이 대목에서는 “그렇게 하느냐 마느냐”라든지 “어떻게 하느냐”로 다듬을 수 있습니다. ‘영혼(靈魂)’은 ‘넋’으로 손질하고, “달려 있다”는 “달렸다”로 손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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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안 쓰면 우리 말이 깨끗하다
(133) 우리의 3
우리의 다음 정류지는 타왕이었다
《쿤가 삼텐 데와창/홍성녕 옮김-티벳전사》(그물코,2004) 262쪽
우리의 다음 정류지는 타왕이었다
→ 우리가 다음에 쉴 곳은 타왕이었다
→ 우리가 다음에 머물 곳은 타왕이었다
→ 우리는 다음에 타왕에 머무른다
→ 우리는 다음으로 타왕에 머무를 생각이었다
→ 다음으로 우리가 쉴 곳은 타왕이었다
→ 다음으로 우리는 타왕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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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글을 곰곰이 헤아려 봅니다. ‘정류지’ 같은 한자말이 아닌 ‘머물 곳’이나 ‘쉴 곳’이라는 한국말을 넣더라도 “우리의 다음 쉴 곳”처럼 글을 쓰는 분이 있겠구나 싶습니다. 말버릇이나 글버릇은 쉬 바로잡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라는 낱말 뒤에는 ‘-의’이라는 토씨가 붙을 수 없는 줄 알아야 합니다. 이 대목을 모르기 때문에 얄궂다 싶은 말투를 자꾸 쓰고 맙니다. 4338.1.22.흙/4347.9.12.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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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다음에 쉴 곳은 타왕이었다
‘정류지(停留地)’는 ‘머물 곳’이나 ‘쉴 곳’으로 다듬습니다. 한국말사전을 살펴보면 ‘정류지’라는 낱말은 없습니다. 한국말사전에 없기도 한 ‘정류지’이지만, 뜻을 알기 어려운 낱말은 굳이 써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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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63) 우리의 16
우리의 제일 높은 산 이름 / 우리의 제일 오랜 산 이름 / 백두산, / 왜 백두산 담배는 없을까
《남호섭-타임 캡슐 속의 필통》(창비,1995) 146쪽
우리의 제일 높은 산 이름
→ 우리 가장 높은 산 이름
→ 우리한테 가장 높은 산 이름
→ 우리 나라 가장 높은 산 이름
→ 우리 땅 가장 높은 산 이름
→ 우리 겨레 가장 높은 산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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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씨 ‘-의’만 덜면 되는데, 글흐름을 살피면서 “우리 나라”라든지 “우리 겨레”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보기글은 동시인 만큼 “우리 나라”나 “우리 겨레”로 손볼 때가 가장 잘 어울리지 싶은데, 동시가 아닌 여느 글이라면 “우리 나라에서 가장 높은”이나 “우리 땅에서 가장 오랜”처럼 손볼 수 있습니다. 4347.9.12.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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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 가장 높은 산 이름 / 우리 겨레 가장 오랜 산 이름 / 백두산, / 왜 백두산 담배는 없을까
‘제일(第一)’은 ‘가장’이나 ‘첫째가는’이나 ‘으뜸가는’으로 손질합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