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에서 오만 원



  머리카락을 묶으려고 고무줄을 찾는다. 책상맡에는 없고 바짓주머니를 뒤지는데 안 나온다. 그런데 바짓주머니에서 5만 원짜리 종이돈이 하나 나온다. 꾸깃꾸깃하다. 며칠 앞서 빨래를 했기에 구겨졌는가 보다. 그나저나 바짓주머니에 왜 5만 원짜리 종이돈이 있을까 아리송하다. 주머니에 5만 원짜리를 넣고 돌아다닌 일은 없을 텐데. 한가위를 앞두고 살짝 서울마실을 했을 적에 내가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 주머니에 슬그머니 돈을 넣어 주었을까. 찻삯이나 여관삯을 하라며 누군가 몰래 넣어 주었을까. 구겨진 종이돈을 살살 펴면서 생각하는데 실마리는 안 풀린다. 그저 누구이든 무척 고맙다. 내가 내 바지에 이 돈을 넣었다면 나한테 고마울 노릇이고, 서울마실에서 만난 이웃이 내가 모르는 사이에 슬쩍 돈을 찔러 주었다면 이웃한테 고마울 노릇이다. 4347.9.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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