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쓰는 김훈, 인간 전두환



  소설쓰는 김훈이기 앞서 신문기자 김훈일 적에 ‘인간 전두환 찬양’과 ‘대통령 전두환 찬양’을 한 해 동안 줄곧 써서 신문에 실었다고 하는 이야기를 오늘 처음 듣는다. 소설쓰는 김훈 님은 이러한 이야기를 열 몇 해 앞서 스스로 밝혔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찾아보니, 소설쓰는 김훈 님은 1980년 언저리에 이녁이 쓴 글을 놓고 ‘딱히 잘못했다’고 느끼지 않는 듯하다. 그저 이녁이 걸어온 ‘글쟁이 한길’ 가운데 ‘그런 일도 있었다’ 하고 말하는구나 싶다.


  두 아이와 곁님이 먹을 아침을 차리다가, 살짝 밥짓기를 멈춘다. 전두환을 높이 우러르는 글을 쓴 일은 무엇인가? 잘못인가? 박근혜나 이명박을 높이 우러르는 글을 쓰면 무엇인가? 박정희를 높이 우러르는 글을 쓰면 무엇인가?


  소설쓰는 김훈 님은 이녁이 한 일을 스스럼없이 밝힌다. 떳떳하다거나 당차다고는 느끼지 않는다. 그냥 스스럼없을 뿐이다. 이녁이 바라보는 ‘여성’이나 ‘조선일보’나 ‘인종 차별’도 그저 이녁이 바라보는 눈길이요 생각일 뿐이다.


  다만, 나는 한 가지를 느낀다. 김훈이라고 하는 사람은 그저 ‘스스로 좋아하는 대로 살면서 글을 쓸’ 뿐이다. 그런데, 스스로 좋아하는 대로 살면서 글을 쓰다 보니, 때로는 지겹기도 하고 따분하기도 하며 힘들기도 하다. ‘좋아함’만 따르거나 좇기 때문이다. 얼마나 지겨울까? 밥벌이로 글을 쓰기도 지겨웠겠지만, 군사독재정권이 서슬퍼렇던 때에 전두환을 높이 우러르는 글을 쓰기도 얼마나 지겨웠을까? 이런 글을 더 쓰지 않는다면 ‘김훈이라는 사람이 스스로 생각을 고쳐먹었’기 때문에 더 안 쓴다고 느끼지 않는다. 그저 지겨우니까 안 쓸 뿐이다. 박정희를 우러르는 글을 안 쓴다고 할 적에도 그저 ‘쓰기 지겨우’니 안 쓸 뿐이리라. ‘인종차별’ 이야기를 글로 안 쓰는 까닭도, 굳이 그런 이야기를 글로 쓰기 지겨울 뿐이리라.


  전두환은 이녁이 어떤 짓을 했는지 스스로 모른다. 전두환은 이녁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스스로 모른다. 아니, 전두환은 스스로 ‘잘못했다’는 생각조차 없다. 그러니 벌건 낮에도 술에 절어 주머니에 한푼 없다면서 거리낌없이 고개를 뻣뻣이 들고 산다.


  다시 말하자면, 소설쓰는 김훈이라는 사람이나 ‘인간 전두환’이라는 사람은 모두, 스스로 거듭나거나 발돋움할 마음이 없구나 싶다. 스스로 새롭게 눈을 뜨거나, 스스로 아름답게 삶을 꽃피우려는 마음이 없구나 싶다. 소설쓰는 김훈이라는 분한테 ‘전두환 찬양 기사를 쓴 지난날 이야기’가 이녁한테는 ‘새로운 글감’일 뿐일 테니, 어느 모로는 그악스럽고, 어느 모로는 불쌍하며, 어느 모로는 그냥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구나. 그렇게 글을 쓰면서 스스로 지겨운 삶을 되풀이하는구나.


  다시 밥을 지어야겠다. 아침 열 시가 넘어간다. 4347.9.11.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람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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