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민주가 조금은 있다고 여겨도 될까? 그림책 《우리 엄마는 청소노동자예요!》가 나올 수 있으니 말이다. 이 그림책을 읽는 어린이는 앞으로 ‘청소노동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까? 공무원이나 회사원이 아닌 ‘아름답고 멋진 청소노동자’로 살면서 즐겁게 웃고 사랑스레 어깨동무하는 길을 열겠노라 꿈꾸는 어린이가 나타날 수 있을까? 제도권으로 꽁꽁 틀어막힌 사회와 정치를 허물어, 두레와 품앗이로 맑게 빛나는 마을살림을 가꾸는 아름다운 아이들을 머잖아 만날 수 있을까? 어깨동무를 할 때에 비로소 힘이 나고, 사랑스레 어깨동무를 해야 바야흐로 꿈을 이룬다. 미국 청소노동자처럼 한국에 있는 모든 노동자가 딱 석 달만, 또는 딱 석 주만, 또는 딱 사흘만 모든 일손을 놓고 말없이 푯말 하나만 들면 좋겠다. 권력과 돈과 이름을 거머쥔 이들더러 스스로 밥과 옷과 집을 챙기라 하면서 다문 사흘만 모든 일손을 내려놓을 수 있으면 좋겠다. 4347.9.7.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