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558) 지니다 1 : 특징을 지니고 있다


무조건적으로 적용하기는 곤란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경기남부노동조합 임금인상투쟁 대책위원회-노동자는 왜 싸워야 하는가》(사계절,1988) 10쪽


 곤란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 어렵다

→ 힘들다

→ 까다롭다

→ 쉽지 않다

 …



  이 보기글에서는 ‘지니다’를 넣었는데, ‘가지다’로 바꾸어 “곤란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꼴로 적어도 똑같습니다. 이 낱말을 넣으나 저 낱말을 넣으나 한국말이 아닙니다. 영어 번역 말투입니다.


  ‘가지다’는 ‘가지다’대로, ‘지니다’는 또 ‘지니다’대로 알맞게 써야 할 자리에 써야 합니다. “몸에 지니고 다니는 물건”이나 “이 책은 네가 지녀야지”처럼 쓸 ‘지니다’입니다. 보기글처럼 “특징을 지니다”처럼 적을 때에는 알맞지 않습니다. 특징이란 ‘있고 없고’ 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이 보기글에서는 “곤란한 특징이 있다”로 손질해도 얄궂습니다. ‘特徵’이라는 한자말은 “남달리 눈에 뜨이는 대목”을 가리켜요. 따로 이 낱말만 쓸 때에는 “그런 특징이 있다”처럼 써도 되기는 한데, 보기글에서는 “곤란하다”로 적어야 알맞습니다. 그러고 나서, ‘곤란’이라는 한자말 뜻풀이를 살펴서 “어렵다”나 “힘들다”로 손질하면 됩니다. 4339.5.26.쇠/4347.8.31.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힘들다


“무조건적(無條件的)으로 적용(適用)하기는”은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이나 “무턱대로 맞추기에는”으로 다듬고, ‘곤란(困難)한’은 ‘어려운’이나 ‘까다로운’이나 ‘힘든’으로 다듬습니다.


..



 우리 말도 익혀야지

 (942) 지니다 2 : 위용을 지니다


4층밖에 되지 않았지만 웅장한 위용을 지니고 있었다

《셀마 라게를뢰프/배인섭 옮김-닐스의 신기한 여행 1》(오즈북스,2006) 103쪽


 웅장한 위용을 지니고 있었다

→ 무척 커다랗게 보였다

→ 엄청나게 커 보였다

→ 대단히 크고 훌륭해 보였다

→ 아주 크면서 거룩해 보였다

 …



  한국말사전에서 ‘지니다’라는 낱말을 살피면, “(3) 바탕으로 갖추고 있다 (4) 본래의 모양을 그대로 간직하다” 같은 말풀이가 나옵니다. 셋째 뜻 보기글로 “착한 성품을 지닌 사람”이 실리고, 넷째 뜻 보기글로 “그는 어릴 때의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가 실려요. 그러나 이런 뜻풀이나 보기글은 알맞지 않습니다. 우리는 예부터 “마음이 착한 사람”처럼 말했지 “착한 성품을 지닌 사람”처럼 말하지 않았어요. 외국말을 한국말로 옮기면서 이런 말투가 자꾸 들어오는데, 이런 말투를 ‘여러 가지 말투(표현의 다양성)’이라고 할 수 있는지 아리송해요. 영어에서는 영어 말투를 쓰고, 한국말에서는 한국 말투를 쓸 뿐입니다. 영어를 쓰는 사람이 한국 말투를 받아들여서 영어를 쓰지 않아요. 한국말을 쓰는 우리들도 한국 말투를 쓸 때에 가장 아름다우면서 또렷하고 알맞습니다.


 그는 어릴 때의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

→ 그는 어릴 때 모습 그대로이다

→ 그는 어릴 때 모습이 그대로 있다


  어떤 모습을 “지니고 있을” 수 없습니다. 어떤 모습‘으로 있’습니다. 또는 어떤 모습‘입’니다. 4347.8.31.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4층밖에 되지 않았지만 참으로 크고 훌륭해 보였다


한자말 ‘웅장(雄壯)’은 “규모 따위가 거대하고 성대하다”를 뜻한다 합니다. ‘거대(巨大)’는 “엄청나게 큼”을 뜻한다 하고, ‘성대(盛大)’는 “행사의 규모 따위가 풍성하고 크다”를 뜻한다 해요. 곧, ‘거대’나 ‘성대’ 모두 ‘크다’를 가리키는 셈이요, 한국말로 하자면 “어마어마하게 크다”나 “엄청나게 크다”나 “아주 크다”라 적으면 돼요. “크디크다”라든지 “크나크다”라 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웅장한 건물”이라 하지 않고 “커다란 건물”이라 하면 됩니다. “웅장한 바다”라 하지 않고 “드넓은 바다”라 하면 돼요. 한자말 ‘위용’은 두 가지입니다. ‘威容’은 “위엄찬 모양이나 모습”을 가리킨다 합니다. ‘偉容’은 “훌륭하고 뛰어난 용모나 모양”을 가리킨다 해요. 보기글에서는 어느 쪽을 가리킬까 궁금한데, 앞엣것이라 한다면 ‘위엄(威嚴)’이 “존경할 만한 위세가 있어 점잖고 엄숙함”을 가리키니 “거룩한 모습”이나 “대단한 모습”으로 다듬을 수 있고, 뒤엣것이라면 말뜻대로 “훌륭한 모습”이나 “뛰어난 모습”으로 다듬을 수 있어요.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