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988) 안 5
숲 안으로 들어오면 우리를 찾을 게 틀림없었다. 더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면 릴리 할머니를 불러 우리를 구해 달라고 해야 했다
《셸리 피어설/홍한별 옮김-고통은 계속되지 않는다》(양철북,2012) 47쪽
숲 안으로 들어오면
→ 숲으로 들어오면
→ 숲 속으로 들어오면
…
둘러싸인 곳에서 가운데를 바라보는 쪽을 두고 ‘안’이라고도 합니다. ‘속’도 이와 거의 비슷하게 쓰는 낱말입니다. 한국말사전을 보면 “건물 안(에 있다)”이나 “극장 안에 들어가다”나 “지갑 안에서 돈을 꺼내다”나 “식당 안으로 들어가니”나 “옷장 안에 넣어라”나 “공원 안에서는 취사를 금합니다” 같은 보기글이 나옵니다. 그렇지만, 이 보기글은 모두 올바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안’이라는 낱말은 이렇게 안 쓰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네 머릿속에는 무엇이 들었을까?”라든지 “바닷속에는 물고기가 살아요.”처럼 ‘속’을 쓰곤 합니다. 그리고, ‘네 머리에는 무엇이 들었을까?’라든지 ‘바다에는 물고기가 살아요.’처럼 ‘속’이 없이 쓰기도 해요. 둘러싸인 곳에서 가운데를 바라보는 쪽을 가리킬 적에 한국말로는 ‘속’을 쓰지만, 이 낱말조차 안 쓰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한국 말투입니다. ‘마음·마음속’이라든지 ‘가슴·가슴속’도 이와 같은 얼거리입니다.
저 건물 안에 있다 → 저 건물에 있다
극장 안에 들어가다 → 극장에 들어가다
지갑 안에서 돈을 꺼내다 → 지갑에서 돈을 꺼내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니 → 식당으로 들어가니
옷장 안에 넣어라 → 옷장에 넣어라
공원 안에서는 취사를 금합니다 → 공원에서는 밥을 못 짓습니다
아마 영어 말투를 잘못 받아들여 이렇게 ‘안’을 아무 데나 넣는구나 싶고, 한국말사전까지 올바르지 않다 싶은 보기글을 실었지 싶습니다.
“너는 이 집에서 사니?” 하고 말하지 “너는 이 집 안에서 사니?” 하고 말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 방에서 자요.” 하고 말하지 “우리는 이 방 안에서 자요.” 하고 말하지 않습니다. “서랍에서 공책을 꺼낸다.”처럼 말하지 “서랍 안에서 공책을 꺼낸다.”처럼 말하지 않아요.
아무래도 한국말사전에 낱말 쓰임새를 제대로 밝히지 않을 뿐 아니라, 잘못된 쓰임새를 넣었으니, 한국말을 배우는 사람이라든지 외국말을 한국말로 옮기는 사람도 엉뚱하거나 잘못된 말투를 자꾸 쓸는지 모릅니다.
그러면, 생각해야 합니다. 잘못된 사전이나 교재에 기대지 말고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가 예부터 한국말을 어떻게 썼는지 생각하고, 우리가 알맞고 바르며 아름답게 쓰던 말투와 낱말을 곰곰이 생각해야 합니다. 4347.8.31.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숲으로 들어오면 우리를 틀림없이 찾겠지. 더 큰 말썽을 일으키지 않으려면 릴리 할머니를 불러 우리를 살려 달라고 해야 했다
“찾을 게 틀리없었다”는 “틀림없이 찾는다”나 “틀림없이 찾을 테지”로 손질합니다. ‘문제(問題)’는 ‘말썽’으로 다듬고, “구(救)해 달라고”는 “살려 달라고”나 “도와 달라고”로 다듬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