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말’ 16호 보내기 (사진책도서관 2014.8.28.)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도서관 소식지 《삶말》 16호를 이달 첫머리에 엮었다. 그런데 이달 들어 비가 거의 그치지 않고 내렸다. 비가 멎어 땅이 마른다 싶은 날은 주말이 끼어 우체국에 가지 못했고, 비가 안 온 여느 날에도 다른 일을 하느라 소식지를 도서관 지킴이한테 미처 못 보내면서 지냈다. 8월이 저물 무렵 비로소 봉투에 주소를 적어 우체국으로 간다. 빗물이 들을랑 말랑 하는 날에 자전거를 몰고 다녀온다.
큰아이는 도서관에서 둘리 만화책을 꺼내어 읽는다. 골마루 나뭇바닥에 폴싹 주저앉는다. 우리 집 마루도 나뭇바닥이니, 도서관 나뭇바닥도 집과 똑같이 여겨 주저앉는다. 작은아이는 신을 벗고 맨발로 다닌다. 집에서 마룻바닥을 늘 맨발로 뛰어다니니, 도서관 골마루에서도 맨발로 뛰어다니고 싶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한다. 도서관이라는 곳에서 아이들이 신을 벗고 맨발로 다닐 수 있으면 아주 좋겠구나. 바닥에 폴싹 주저앉아서 읽다가, 엎드려서 읽다가, 뒹굴면서 놀 수 있으면 아주 좋겠구나.
아이들은 책만 읽으면서 지낼 수 없다. 삼십 분쯤 책을 읽었으면 삼십 분쯤 뛰놀 만하다. 어느 도서관이든 ‘책 읽는 자리’와 함께 ‘노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구나 싶다. 또는, 도서관 앞마당에서 마음껏 뛰놀 수 있으면 될 테고, 도서관 앞마당에 냇물이 흐르거나 샘물이 솟아, 아이들이 뛰놀다가 흘린 땀을 씻을 수 있으면 아주 좋으리라 느낀다.
그나저나 비구름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올해 여름에는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는 날이 이틀이나 사흘 내리 잇지 못하기 일쑤이다. 비가 잦으니 농약을 뿌리는 사람도 꽤 줄기는 했지만, 비가 잦은 만큼 비구름이 걷힌다 싶으면 어김없이 어디이든 농약을 뿌리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쉰 해 넘게 농약치기에 길든 어르신들은 농약에서 벗어나기 힘들리라 느낀다. 스무 해나 서른 해 넘게 농약치기를 지켜보고 자란 시골 젊은이도 농약에서 헤어나기 어렵겠다고 느낀다.
이는 도시에서도 엇비슷하다. 아름다운 삶이 아니라 쳇바퀴 얼거리에 갇힌 채 쉰 해 넘게 일에만 파묻힌 이들이 새로운 삶을 꿈꾸기 힘들다. 쳇바퀴 얼거리에 갇힌 채 일만 하는 어버이를 스무 해나 서른 해 남짓 보고 자란 젊은이가 새로운 사랑을 가슴에 품으면서 키우기란 참으로 어려운 노릇이라고 느낀다.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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