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을 찾습니다 - S 라인을 꿈꾸는 청춘에게
몸문화연구소 지음 / 양철북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따뜻한 삶읽기, 인문책 78



몸을 다스리는 마음

― 내 몸을 찾습니다

 몸문화연구소 글

 양철북 펴냄, 2011.7.26.



  예부터 어느 겨레에서든 옷차림에 그리 눈길을 두지 않았다고 느낍니다. 옛날에는 어느 곳에서든 누구나 스스로 살림을 꾸렸어요. 먹고 입고 자는 모든 것을 스스로 마련해서 살았습니다. 남한테서 얻는다거나 돈을 치러 사들여서 쓰지 않았습니다. 신을 꿰고 싶으면 신을 삼았습니다. 모자를 쓰고 싶으면 모자를 엮었습니다. 옷을 입고 싶다면 옷을 지었습니다.


  집을 지어서 살고 싶은 사람은 스스로 집을 지었습니다. 집이 없어도 될 사람은 집이 없이 나무에서도 자고 풀밭에서도 자고 굴에서도 잤어요. 옛날에는 따로 논이나 밭을 가꾸지 않고 밥을 먹었어요. 참말 옛날에는 풀잎과 풀열매와 나뭇잎과 나무열매를 먹으면서 얼마든지 삶을 지을 수 있었습니다.


  밥을 스스로 마련해서 먹는 사람은 ‘밥짓기’를 합니다. 옷을 스스로 장만해서 입는 사람은 ‘옷짓기’를 합니다. 집을 스스로 세워서 자는 사람은 ‘집짓기’를 합니다. 밥과 옷과 집을 지으니, 스스로 ‘삶짓기’입니다. 삶을 짓는 사람은, 마땅히 사랑을 짓고 꿈을 지으며 이야기를 지었습니다.



.. 몸에 맞추어 패션이 바뀌어 온 것이 아니라, 패션에 맞추어 몸이 변화했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은가요 … 에너지나 아름다움이 빠져나간 몸이 아니라 젊음을 다 경험하고 노년을 맞이하는 자연스럽고 충만한 느낌으로 살아갈 수는 없을까요 … 외모 지상주의는 어떤 사람을 바라볼 때 그가 가진 실력이나 인품을 보는 게 아니라 겉으로 드러난 외모만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  (43, 54, 82쪽)



  오늘날은 도시에서나 시골에서나 돈을 씁니다. 이것을 내놓고 돈을 받으며, 저것을 가지며 돈을 냅니다. 돈을 많이 가질수록 밥짓기와 옷짓기와 집짓기를 멀리합니다. 돈을 적게 가질 적에도 밥짓기와 옷짓기와 집짓기에 마음을 기울이지 못합니다. 참말 오늘날에는 돈이 있든 없든 밥도 옷도 집도 짓지 않아요. 이리하여, 오늘날에는 돈이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삶을 짓지 못하고, 사랑과 꿈 또한 짓지 못합니다.


  그러면, 오늘날 사람들은 무엇을 지을까요? 삶을 짓지 않으면서 무엇을 지을까요? 글을 지을까요? 지식을 지을까요? 졸업장이나 자격증을 지을까요? 나이를 앞세우는 권위나 질서를 지을까요? 힘으로 윽박지르는 권력을 지을까요? 삶을 짓지 않아 사랑과 꿈을 짓지 않는 오늘날 사람들은 어떤 즐거움으로 하루를 누릴는지 궁금합니다.



.. 외모 지상주의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삶을 제대로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을 사랑해야 합니다 … 똑같이 하나로 만들어진 것은 아름답다고 할 수 없습니다. 상상해 보세요. 세상 사람들이 모두 똑같은 기준에 따라 얼굴도, 몸매도, 옷도, 장식물도 엇비슷해진다면 어떨까요 ..  (87, 296쪽)


 

  몸문화연구소에서 엮은 《내 몸을 찾습니다》(양철북,2011)를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이 책은 이 나라 푸름이한테 삶을 밝히려고 돕는 길잡이책입니다. 물질문명 소비사회가 홀리는 대로 휩쓸리지 않기를 바라는 이야기를 담습니다. 푸름이가 스스로 삶에 눈을 뜨고 사랑과 꿈을 품을 수 있기를 바라는 이야기를 담아요. 문명과 소비와 유행이나 문화가 아닌, 삶과 이야기와 두레가 우리를 스스로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합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누구나 알 만합니다. 고속철도는 서울과 부산 사이를 아주 빠르게 달립니다. 두 시간이면 이곳에서 저곳으로 갑니다. 그런데, 두 시간 동안 두 곳을 오가기만 할 뿐, 서울과 부산 사이에 어떤 마을이나 숲이 있는지 느끼지 않아요. 고속도로를 달리는 사람들도 고속도로가 가로지르는 마을이나 숲이 어떤 삶터인지 헤아리지 않습니다. 그저 더 빨리 가기만을 바랍니다.


  돈을 벌려는 사람은 돈을 더 많이 벌기만을 바랍니다. 돈을 쓰려는 사람은 돈을 더 신나게 쓰기만을 바랍니다.



.. 이제 전쟁도 무인 병기를 써서 싸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계가 사람의 조종을 받아 사람을 죽이는 전쟁. 이것이 게임 속 세계와 다른 점이 과연 무엇일까요 … 인간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때는 기능을 가진 기계로 취급받기 일쑤입니다. 기계가 톱니바퀴와 벨트, 엔진 같은 부품으로 이루어져 있듯이 인간도 근육과 핏줄, 심장 들로 구성되어 있는 거지요 ..  (106, 144쪽)



  몸을 다스리는 마음입니다. 몸뚱이만 있을 때에는 사람이 아닙니다. 몸을 다스리는 마음이 있을 때에 사람입니다. 마음은 넋이 움직입니다. 넋이 바르게 설 적에 마음을 움직여 생각을 짓습니다. 넋으로 마음을 움직여 생각을 짓기에, 우리 몸도 마음에 따라 움직이면서 여러 가지 일과 놀이를 합니다. 몸과 마음만 있더라도 오롯한 사람이 되지 못합니다.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넋이 있어야 하며, 이 넋은 바르게 서야 합니다. 넋은 얼이라는 뼈대에 깃들면서 몸과 마음을 다스립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얼이 넋을 품으면서 마음과 몸이 제대로 설 때에 사람다운 구실을 합니다. 얼이 빠지거나 넋이 빠진다면 마음과 몸이 흔들려요. 마음과 몸이 흔들리는 사람은 유행에 휘둘립니다. 내 몸을 아끼고 사랑하는 길이 아니라, 문명사회와 소비문화에 따라 몸을 괴롭히지요.


  그런데, 학교는 모든 아이들을 똑같은 틀에 가둡니다. 아이들 스스로 생각을 환하게 열도록 북돋우지 않아요. 사내는 이렇고 가시내는 저렇다는 틀을 두 갈래로 나누어 아이들을 쿡쿡 찍는 학교입니다. 이런 학교를 다니는 동안 아이들은 생각이 죽어요. 생각이 죽으니 마음이 움직이지 못하고, 마음과 몸을 함께 다스리는 넋이 제구실을 못해요.



.. 성을 상품화하는 것은 여성의 인간적 가치와 개성을 박탈하고 여성의 몸을 그 자체로 존중하는 게 아니라 사물로서 숭배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여성을 가슴, 엉덩이, 허벅지로 나누어 평가하고, 은밀하게 훔쳐보면서 무의식중에 살아 있는 인형처럼 생각하게 만듭니다 … 상황에 따라서 우리 반응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낯선 사람이 찍으면 긴장하지만 함께 여행하면서 식구나 친구가 찍어 줄 때는 편안하고 즐겁기까지 합니다 ..  (197, 252쪽)



  우리가 스스로 제대로 서지 않을 때에는 누구한테 도움이 될까요? 바로 권력자한테 도움이 됩니다. 우리가 스스로 제대로 서지 않는다면, 삶을 옳게 가꾸거나 짓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삶을 옳게 가꾸지 못하거나 제대로 짓지 않으면, 우리로서는 살아가는 뜻이 없습니다. 돈을 벌거나 대학교 졸업장을 따려고 태어나서 사는가요? 연금생활자가 되거나 정년퇴직을 하려고 회사를 다니는가요? 늙어서 죽으려고 나이를 먹는가요?


  우리는 스스로 ‘살아갈 뜻’을 찾아야 합니다. 살아갈 뜻을 찾고, 살아갈 뜻을 가꾸면서, 살아갈 뜻을 밝혀 이웃과 어깨동무를 해야지요.


  내 몸을 찾는 길은 내 마음을 찾는 길입니다. 내 마음을 찾는 길은 내 넋을 찾아서, 내 삶을 찾고 내 사랑과 꿈을 찾으려는 길입니다. 옷에 몸을 맞추면서 삶을 잃는 푸름이가 아닌, 몸을 마음에 맞추어 아름답게 보살피면서 삶을 새롭게 지을 줄 아는 푸름이가 찬찬히 늘어날 수 있기를 빕니다. 4347.8.26.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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