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새롭게 배워서 새롭게 읽는 길을 걷는 강만길 님은 온몸으로 겪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과 해방과 분단과 독재와 민주와 자본주의와 현대문명과 사학비리와 미국 패권주의와 군부대가 이녁 삶에뿐 아니라 우리 삶에 무엇인가를 차근차근 돌아본다. 《역사가의 시간》이라는 책은 역사학자가 걸어온 길을 보여주는 책인 한편, 사회와 문화와 정치에 등을 돌린 채 ‘책’에만 사로잡힐 수 없던 사람이 외치는 목소리로구나 싶다. 다른 사람이 남긴 책과 자료를 들추어야 역사가 되지 않는다. 바로 내가 이 땅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읽고, 나 스스로 이 땅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 하는 꿈을 품을 때에 역사를 새로 짓는다. 역사가는 ‘역사를 적는 사람’이 아니다. 나와 내 이웃이 함께 ‘역사를 새로 짓도록 돕고 이끌며 어깨동무하는 사람’이다. 역사학자가 되려면, 무엇보다 ‘내 삶’을 찬찬히 적으면서 ‘내 마음과 사랑과 꿈’을 아름답게 엮을 수 있어야 할 테지. ‘내 눈길’이 없는 사람은 ‘책에 적힌 이야기를 적는 역사가’ 노릇조차 제대로 할 수 없다. 4347.8.26.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