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도서관에서 (사진책도서관 2014.8.23.)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사진책도서관 함께살기’
전남 고흥으로 삶터를 옮기면서 도서관도 씩씩하게 지키기는 하는데, 우리 건물로 도서관을 지키지는 못하다 보니, 물과 전기를 못 쓴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물과 전기 없이 용케 도서관을 건사한다. 마실물은 집에서 길어오고, 골마루를 닦는 물은 빗물을 썼다. 비가 와서 벽을 타고 빗물이 스미면, 이 빗물로 골마루를 닦았다. 비가 올 적에 밀걸레를 빨았고, 비가 개면 창문을 열고 눅눅한 기운을 뺐다.
도시가 아닌 시골에 도서관을 두었으니, 도서관 책손은 도시에 있을 때와 견주면 아주 적다. 그러나, 시골에 깃든 사진책 도서관을 궁금하게 여기거나 사진을 좋아하는 이들은 먼길을 마다 하지 않고 찾아온다. 몇 시간 동안 차를 달려 찾아오는 책손이 있기에, 물과 전기 없는 이 낡은 폐교 건물에 도서관을 건사할 수 있구나 싶다.
인천에서 사는 형이 지난달에 ‘뮤패드’를 장만해 주었다. 값은 아이패드와 견주면 반토막이면서 유에스비를 꽂을 수 있다. 메모리카드와 자판과 다람쥐를 붙여서 도서관에서 이 녀석으로 글을 써 보기로 한다. 집에서 전기를 채워 도서관에서 두 시간 즈음 써 보는데, 전기는 1/3 남짓 닳는다. 너덧 시간 동안 전깃줄 없이 쓸 수 있을 듯하다.
전기를 쓰며 밤에도 불을 밝힐 수 있으면, 또 물을 쓸 수 있으면, 이곳 폐교 둘레에 있는 낡은 관사를 고쳐서 살림집이나 손님집으로 삼을 수 있겠지. 폐교에는 농약을 치는 사람이 없으니, 이곳에 깃들면 아늑하면서 조용하다. 포근하면서 즐겁게 숲내음과 풀숨을 먹을 수 있다. 이러면서 책이 함께 있고, 언제나 창문을 알맞게 열어 바람갈이를 한다면 곰팡이를 한결 덜 먹으리라.
도서관과 살림집이 가까이에 있어서 걸어서 쉽게 오가지만, 둘이 똑 떨어진 대목이 아쉽다. 아니, 둘은 이렇게 떨어지지 말아야 했다. 그래야, 우리 살림집에 ‘일을 한다’는 구실로 책을 여러모로 쌓지 않아도 되었으리라. 살림집에서는 살림만 꾸리고, 책은 모두 도서관에 두어서 이곳에서 건사해야 하리라. 그래야, 집과 도서관을 오가는 동안 아이들도 한결 신나게 풀밭을 맨발로 밟으면서 놀 텐데.
홀로 도서관에서 세 시간쯤 머물며 이것저것 손질하고 곰팡이를 닦는다. 아직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자꾸 피어나는 곰팡이를 다시 닦고 또 닦는 일’이다. 앞으로는 ‘곰팡이 닦기’가 아닌, 우리 도서관에 건사한 책들을 하나씩 펼쳐서 ‘이 책에 어떤 뜻과 꿈이 서렸는가 하는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어 이웃들과 나누는 일’을 하고 싶다.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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