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949) 가끔씩
가끔씩 제자리를 오가는 검은 구름 … 그래도 가끔씩 검고 길게 끌린 발자국을 남길 때가 있다
《김태형-코끼리 주파수》(창비,2011) 44, 48쪽
가끔씩 제자리를 오가는
→ 가끔 제자리를 오가는
가끔씩 발자국을 남길 때가
→ 가끔 발자국을 남길 때가
한국말사전에서 ‘가끔’이라는 낱말을 찾아보면 “시간적·공간적 간격이 얼마쯤씩 있게”로 풀이합니다. 말풀이에 ‘-的’을 넣으며 어렵게 적었습니다만, 띄엄띄엄 벌어져서 되풀이되는 모습을 가리킬 때에 쓰는 ‘가끔’입니다. ‘-씩’을 한국말사전에서 찾아보면 “‘그 수량이나 크기로 나뉘거나 되풀이됨’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로 풀이합니다. 그러니까, ‘가끔’과 ‘-씩’은 저마다 ‘되풀이하는 모습’을 나타낼 적에 쓰는 낱말입니다.
‘-씩’을 붙이는 말마디로는 “조금씩·며칠씩·하나씩”이 있어요. ‘조금’이나 ‘며칠’이나 ‘하나’ 같은 낱말에는 ‘-씩’을 붙여서 이러한 얼거리로 되풀이되는 모양을 나타냅니다. 그러면 ‘가끔’에 ‘-씩’을 붙일 때에는 어떻게 될까요? 겹말이 돼요.
‘가끔’이라는 낱말에는 ‘-씩’을 붙일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를 제대로 깨닫는 분이 얼마 안 되지 싶습니다. 여느 글을 쓰건, 시나 소설을 쓰건, 교사나 교수로 일하건, 기자로 글을 쓰건, 또 어느 자리에서 어떻게 살건, 말이 말다울 수 있도록 알맞게 살피면서 가다듬어야지 싶습니다. 4347.8.24.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