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231) 이용 1 : 달걀판을 이용하다


독일 베를린 ‘장난감 없는 유치원’에서 어린이들이 달걀판을 이용해 성을 쌓고 있다

〈한겨레〉 2004.5.31.35쪽


 달걀판을 이용해 성을 쌓고 있다

→ 달걀판을 써서 성을 쌓고 있다

→ 달걀판으로 성을 쌓고 있다

 …



  어디였는지 잘 떠오르지 않는데, 무슨무슨 서비스를 받으면 끝에 어김없이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같은 소리가 나오곤 합니다. “써 주셔서 고맙습니다”라든지 “아껴 주셔서 고맙습니다” 같은 소리는 아직 들어 보지 못했습니다. ‘고맙습니다’는 한국말이고, ‘感謝합니다’는 일본 한자말인 줄 느끼는 분 또한 거의 못 보았습니다. 일본사람은 ‘感謝の辯’이라고까지 쓰는데, 일본책을 한국말로 옮기면서 이 일본글을 ‘감사의 변’이라고 적는 분이 있기까지 합니다. ‘고마움말’이나 ‘고맙다는 말’이라고 옮겨내는 가슴이 참으로 드뭅니다.


 폐품 이용

→ 폐품 쓰기

 자원의 효율적 이용

→ 자원을 알뜰히 쓰기

→ 자원을 알차게 쓰기

 지하철을 이용하다

→ 지하철을 타다


  더 돌아볼 줄 모르고, 한 번 더 살필 줄 모르며, 다시금 곱씹지 못한다고 할까요. 우리 스스로 삶을 제대로 돌아보지 못하니 한국말을 제대로 살피지 못합니다. 한국사람 스스로 한국말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니 제 넋과 얼과 마음을 슬기롭게 곱씹지 못합니다.


  하루하루 이냥저냥 흘러가는 삶으로 놓아 버립니다. 흐르는 물과 같은 삶이 아니라, 제자리에서 맴돌이만 하는 삶입니다.


 바람을 이용하여

→ 바람을 써서

→ 바람으로

 만드는 데에 이용된다

→ 만드는 데에 쓰인다

→ 만드는 데에 쓴다

 이용 가치가 높은 사람

→ 쓸 곳이 많은 사람

→ 부려먹을 값어치가 높은 사람

→ 재주가 많은 사람


  싱그러운 삶일 때에 싱그러운 생각입니다. 싱그러운 생각일 때 싱그러운 말입니다. 틀에 박힌 삶일 때 틀에 박힌 생각입니다. 틀에 박힌 생각이기에 틀에 박힌 말에서 맴돕니다.


  매무새를 어떻게 가다듬어야 하는가를 돌아보는 마음결이 있어야 할 텐데, 고운 매무새조차 제대로 돌아보지 못하며 목소리만 높이고 맙니다. 매무새를 옳게 다스리면서 생각밭을 가꾸고 마음바탕을 갈고닦으며 넋과 얼을 북돋우면 아름다울 테지만, 언제나처럼 돈과 이름과 힘이 가장 앞에 서고야 맙니다.


 나에게 이용을 당했다고

→ 나에게 부려먹혔다고

→ 나한테 뜯어먹혔다고

 남의 약점을 이용해

→ 남한테 아픈 곳을 찔러

→ 남이 아픈 데를 건드려

 출세의 수단으로 이용하다

→ 출세하는 수단으로 쓰다

→ 이름팔기에 쓰다


  살아가는 그대로 말이요, 살아가는 그대로 생각이며, 살아가는 그대로 사랑입니다. 억지로 꾸민다고 해 보아야 한동안입니다. 번드르르하게 갖다 붙인다고 해 보아야 한때입니다.


  말마디를 가다듬으면서 아름답게 거듭나고, 글줄을 추스르면서 아름답게 다시 태어납니다. 말 한 마디로는 천 냥 빚만 갚지 않습니다. 말 한 마디로 사랑을 한결 따스하게 보듬으면서 믿음을 더욱 튼튼하게 어루만질 수 있습니다. 사랑을 싣는 말 한 마디로 내 삶부터 차근차근 가꾸면서, 믿음을 담는 글 한 줄로 우리가 뿌리내린 동네부터 가만가만 살찌웁니다.


  말이나 글은, 우리가 살아가는 밑바탕입니다. 밑바탕을 업신여기면 우리 삶은 짓눌리기 마련입니다. 밑바탕을 알뜰살뜰 손질하면 우리 삶은 알뜰살뜰 힘이 납니다. 4337.5.31.달/4342.6.12.쇠/4347.8.15.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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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 ‘장난감 없는 유치원’에서 어린이들이 달걀판으로 성을 쌓는다


사람들은 으레 ‘계란판(鷄卵-)’이라고 말합니다. ‘계란 한 판’이라고들 하지, ‘달걀 한 판’이라고는 잘 안 합니다. ‘달걀’이라는 낱말이 익숙하지 않아서 그러한지, 이 낱말이 내키지 않아서 그러한지 궁금합니다만, 따지고 보면 우리가 쓸 말은 ‘달걀’이 아닌 ‘닭알’입니다. 메추리알, 오리알, 거위알, 새알, 타조알, 펭귄알처럼 말 그대로 ‘-알’이라고 붙여야 올바른데, 어찌어찌 소리값이 ‘달걀’로 굳어졌습니다. 북녘과 연변에서는 ‘닭알’이라고만 말합니다. 어찌 되었든, 남녘나라에서 살아가는 우리한테는 ‘달걀’이 표준말입니다. 한국말은 ‘달걀’입니다. 달걀을 한자로 옮겨 적어 ‘계란’이 됩니다. 말 그대로 ‘닭(鷄) + 알(卵)’이라 하여 ‘계란’으로 적을 뿐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말씀씀이를 깊이 헤아리는 사람은 그리 안 많습니다. 그나마 남녘에서는 몇몇 사람이 이렇게 ‘달걀판’이라고 적는 말씀씀이를 찾아봅니다. 다른 신문에서는, 또 학교에서는, 또 저잣거리에서는, 또 책에서는 온통 ‘계란’일 뿐입니다. 제가 못 보았기 때문인지 모릅니다만, 이제까지 그 어느 밥집과 술집에서도 ‘달걀말이’를 안 다룬다고 느낍니다. ‘달걀국’ 또한 안 다룬다고 느낍니다. 모두들 ‘계란말이’에 ‘계란탕’만 다룰 뿐입니다. ‘달걀찜’ 또한 안 하고 ‘계란찜’만을 합니다. “성을 쌓고 있다”는 “성을 쌓는다”로 다듬습니다.



 이용(利用)

  (1) 대상을 필요에 따라 이롭게 씀

   - 폐품 이용 / 자원의 효율적 이용 / 지하철을 이용하다 /

     바람을 이용하여 풍차를 돌린다 / 천연 세제를 만드는 데에 이용된다

  (2) 다른 사람이나 대상을 자신의 이익을 채우기 위한 방편(方便)으로 씀

   - 이용 가치가 높은 사람 / 거꾸로 자기편이 나에게 이용을 당했다고 /

     남의 약점을 이용해 돈을 뜯어내다 / 학문을 출세의 수단으로 이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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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1311) 이용 4 : 북쪽 건물을 이용하여


장소는 4층 복도. 사람 왕래가 적은 북쪽 건물을 이용하여 점심시간에 실행에 옮겼다

《소노다 마사하루/오근영 옮김-교실 일기》(양철북,2006) 180쪽


 북쪽 건물을 이용하여

→ 북쪽 건물에서

→ 북쪽 건물을 빌어

→ 북쪽 건물에 가서

 …



  이 자리에서는, 5학년을 맡은 선생님 한 분이, 아이들이 가지고 온 인라인을 학교 골마루에서 탄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데 ‘북쪽 건물을 이용해서 실행에 옮겼다’처럼 적으니, 무엇을 하는지 헤아릴 길이 없습니다. 괜히 말을 꼬아서 쓰지 말고, “타기로 한 곳은 4층 골마루. 사람이 거의 안 다니는 북쪽 건물에서 점심 때에 타기로 했다.”처럼 적으면 좋겠어요. 4340.8.15.물/4347.8.15.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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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는 4층 골마루. 사람이 적게 드나드는 북쪽 건물에서 점심 때에 하기로 했다


‘복도(複道)’는 일본말이고, 한국말은 ‘골마루’입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골마루’라는 낱말은 거의 쓰일 일이 없고 ‘복도’ 한 마디만 남습니다. 때로는 미국말 ‘로비(lobby)’를 쓰기도 하고요. “실행(實行)에 옮겼다”는 “해 보기로 했다”나 “했다”로 고칠 수 있습니다. ‘장소(場所)’는 ‘곳’이나 ‘자리’로 다듬고, “사람 왕래(往來)가 적은”은 “드나드는 사람이 적은”이나 “오가는 사람이 적은”으로 다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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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1361) 이용 5 : 폐교를 이용해


11가구밖에 살지 않는 외딴 산골의 폐교를 이용해 자연과 재생가능에너지를 체험하는 학교를 만들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녹색연합) 137호(2007.10.) 111쪽


 외딴 산골의 폐교를 이용해

→ 외딴 멧골에 문닫은 학교를 고쳐서

→ 외딴 멧골 학교에서

→ 외딴 멧골에 있던 학교를 손질해서

→ 외딴 멧골에 있던 학교를 살려서

 …



  아이들이 드나들며 배우는 곳 구실을 마친 시골학교를 ‘고쳐서’ 다른 데에 쓰는 일이 늘어납니다. 시골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꾸 줄어들어서 그렇습니다. 마을사람들이 한 평 두 평 내놓은 땅에다가, 이녁이 몸바쳐 흙 나르고 물 나르고 돌 날라서 지은 학교입니다. 이 학교에 온갖 풀만 수북하게 자라는 채 내버려 둔다면 몹시 가슴이 아프겠지요. 지난날처럼 다시 문을 열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아쉬운 대로 다른 배움터로 쓸 수 있다면, 아이들 웃음소리와 울음소리가 뚝 그친 시골에 새로운 바람이 불 수 있으리라 봅니다.


  보기글에서는 ‘이용’이라는 한자말을 씁니다. ‘이용’이 아닌 ‘사용’이라는 한자말을 넣어도 비슷한 뜻이 됩니다. 그러니까, 어느 자리이든 ‘쓰다’라는 한국말을 넣으면 됩니다. 느낌을 살리고 싶다면 ‘고치다·손질하다·추스르다’ 같은 낱말을 넣을 수 있습니다. ‘살리다·가꾸다·꾸미다·돌보다’ 같은 낱말을 넣어도 잘 어울립니다. 4340.12.3.달/4347.8.15.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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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집밖에 살지 않는 외딴 멧골에 문닫은 학교에서 숲과 되살림에너지를 배우는 자리를 만들었다


‘11가구(家口)’는 ‘11집(열한 집)’으로 다듬고, “산(山)골의 폐교(廢校)”는 “멧골에 문닫은 학교”로 다듬습니다. “자연(自然)과 재생가능(再生可能)에너지”는 “숲과 되살림에너지”로 손질해 줍니다. “체험(體驗)하는 학교(學校)”는 “배우는 곳”이나 “배우는 자리”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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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1382) 이용 6 : 자신의 체중을 이용해


곰은 온힘을 다해 멧돼지에게 달려들었다. 자신의 체중을 이용해 넘어뜨릴 생각이었다

《어니스트 톰슨 시튼/장석봉-다시 야생으로》(지호,2004) 123쪽


 자신의 체중을 이용해

→ 제 몸무게를 써서

→ 제 몸무게로 밀어붙여서

→ 제 몸무게로

 …



  씨름 경기를 보면,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선수가 몸무게가 적게 나가는 선수한테 제 몸으로 밀어서 넘어뜨리려고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몸을 써서 이기려는 생각입니다.


  곰도 멧돼지보다 덩치가 크고 몸무게가 많이 나가니까 제 몸을 써서 멧돼지를 눌러 이기려는 생각이군요. 몸무게로 밀어붙이려고 몸무게로 눌려버리려고. 4341.1.22.불/4347.8.15.쇠.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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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은 온힘을 다해 멧돼지한테 달려들었다. 제 몸무게로 넘어뜨릴 생각이었다


‘자신의’는 ‘제’로 다듬고, ‘체중(體重)’은 ‘몸무게’로 다듬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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