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1533) 기호


추석이나 연말연시, 누군가에게 선물할 때는 받는 사람의 기호를 고려해서 선물을 장만합시다

《혼마 마야코/환경운동연합 환경교육센터 옮김-환경가계부》(시금치,2004) 134쪽


 받는 사람의 기호를 고려해서

→ 받는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살펴서

→ 받는 사람이 무엇을 즐기는지를 살펴서

→ 받는 사람을 생각해서

 …



  영어로는 ‘심벌’을 가리킨다는 ‘記號’ 같은 한자말은 따로 한자말이라고 여길 일이 없이 ‘기호’로만 쓰면 되리라 느낍니다. 때와 곳에 따라서는 ‘그림’이나 ‘모양’이나 ‘그림모양’으로 다듬을 수도 있습니다.


  흉년 때문에 굶는 집을 ‘飢戶’라 한다는데, 아마 먼 옛날 권력자나 양반 같은 이들이 중국말을 빌어서 이런 한자말을 썼구나 싶습니다. 깃발로 하는 신호라면 ‘깃발신호’라 하면 됩니다. ‘旗號’라 하면 알아듣기 어렵습니다. 범을 타는 일을 두고 ‘騎虎’라 한다지만, 이런 한자말을 누가 왜 쓸까요. 한국말로 제대로 하자면 ‘범타기’입니다. 말을 탈 적에는 ‘騎馬’가 아닌 ‘말타기’입니다.


 소비자의 기호를 파악하다

→ 소비자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살피다

→ 소비자가 무엇을 바라는지 헤아리다

 각자 기호에 맞는 음식을 고르다

→ 저마다 좋아하는 음식을 고르다

→ 저마다 입맛에 맞는 밥을 고르다


  우리는 무엇을 좋아하나요. 우리는 어떤 말을 좋아하나요. 우리는 서로 어떤 말로 이야기를 나눌 적에 즐겁게 웃으면서 좋아할 만한가요. 우리는 서로서로 어떤 사랑을 주고받으면서 아름답게 노래하거나 좋은 삶을 가꿀까요.


  나는 내가 좋아하는 말을 너한테 들려줍니다. 너는 네가 좋아하는 말을 나한테 들려줄 테지요. 저마다 좋아하는 말은 다를 텐데, 저마다 마음을 가장 살찌우거나 북돋우는 말이 가장 좋으면서 반갑고 아름다우리라 생각합니다.


 대중의 기호에 맞추어 상품을 개발하였다

→ 사람들 입맞에 맞추어 상품을 만들었다

→ 사람들이 좋아하는 흐름에 맞추어 상품을 만들었다

 각자의 기호에 따라 물건을 선택한다

→ 저마다 좋아하는 데 따라 물건을 고른다

→ 저마다 좋아하는 대로 물건을 고른다

→ 저마다 좋아하는 물건을 고른다


  한국사람은 한국말을 좋아할 수 있기를 바라요. 한국사람은 한국말을 사랑할 수 있기를 바라요. 한국사람은 한국말을 가꾸거나 북돋우면서 착하고 아름다우며 즐겁게 삶을 지을 수 있기를 바라요. 4347.8.1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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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나 새해 앞뒤, 누군가한테 선물할 때는 받는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살펴서 선물을 장만합시다


‘추석(秋夕)’은 ‘한가위’로 다듬고, ‘연말연시(年末年始)’는 ‘새해 앞뒤’로 다듬어 봅니다. ‘고려(考慮)해서’는 ‘생각해서’나 ‘살펴서’나 ‘헤아려서’로 손질해 줍니다.



 기호(記號) : 어떠한 뜻을 나타내기 위하여 쓰이는 부호, 문자, 표지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 ≒심벌(symbol)

   - 기호를 붙이다

 기호(飢戶/饑戶) : 흉년으로 인하여 굶는 집

 기호(嗜好) : 즐기고 좋아함

   - 소비자의 기호를 파악하다 / 각자 기호에 맞는 음식을 고르다 /

     대중의 기호에 맞추어 상품을 개발하였다 / 

     사람들은 각자의 기호에 따라 물건을 선택한다

 기호(旗號)

  (1) 깃발로 하는 신호

  (2) 깃발로 나타낸 부호나 휘장

 기호(畿湖) : [지명] 우리나라의 서쪽 중앙부를 차지하고 있는 지역. 경기도와

     황해도 남부 및 충청남도 북부를 이르는 말이다

 기호(騎虎) : 호랑이를 탐


..



 알량한 말 바로잡기

 (1423) 의논


쉐퍼 선생님은 하루하루 깊이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고, 다른 선생님들과도 의논해 보았습니다

《이마이즈미 미네코/최성현 옮김-지렁이 카로》(이후,2004) 25쪽


 의논해 보았습니다

→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 생각을 나누어 보았습니다

 …


  의견을 주고받는다고 하는 ‘의논’인데, ‘의견(意見)’은 사람들이 품는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생각’을 주고받는 일을 가리켜 한자말로 ‘의논’이라고 적는 셈입니다.


 생각을 주고받았습니다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생각을 말하거나 들었습니다


  생각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일을 가리켜 ‘이야기’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더 나은 길을 찾곤 합니다. 미처 짚지 못한 대목을 헤아리고, 곰곰이 짚어 나가면 더욱 나은 대목을 살핍니다. “얘기 동무(← 의논 상대)”를 생각합니다. “얘기를 거듭(← 의논을 거듭)”합니다. “한마디 얘기도 없이 제멋대로 합(← 한마디 의논도 없이 제멋대로 결정)”니다. 4341.5.2.쇠/4347.8.1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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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퍼 선생님은 하루하루 깊이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고, 다른 선생님들과도 얘기해 보았습니다


‘숙고(熟考)’ 같은 말을 쓰지 않고 ‘깊이 생각’을 거듭했다고 적은 대목이 반갑습니다. ‘매일(每日)’이라 하지 않고 ‘하루하루’라고 적은 대목도 반갑고요.



 의논(議論) : 어떤 일에 대하여 서로 의견을 주고받음

   - 의논 상대 / 의논을 거듭하다 / 한마디 의논도 없이 제멋대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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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1380) 보관


그리고는 저도 잊어버리고 있던 건데, 아버지가 깨끗하게 청소해서 보관하고 계셨던 거예요

《후쿠오카 켄세이/김경인 옮김-즐거운 불편》(달팽이,2004) 158쪽


 깨끗하게 청소해서 보관하고 계셨던

→ 깨끗하게 닦아서 두고 계셨던

→ 깨끗하게 닦아서 간직하고 계셨던

→ 깨끗하게 손질해서 간수하셨던

→ 깨끗하게 손봐서 모셔 놓았던

 …



  한국말사전에서 ‘보관’ 풀이를 살펴보면 “물건을 간직하” 는 모습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한국말 ‘간직’을 한국말사전에서 살펴봅니다. “물건을 간수하”는 모습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다음으로 한국말 ‘간수’를 살펴보니 “물건을 보관하”는 모습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렇게 되면 한자말 ‘보관’과 한국말 ‘간직·간수’는 어떻게 다른 셈일까요. 낱말뜻이란 무엇일까요.


 보관에 주의하다

→ 잘 살펴서 두다

→ 잘 두도록 살피다

 보관이 편리하다

→ 두기에 좋다

→ 간직하기에 좋다


  ‘普觀’이나 ‘寶冠’이라는 한자말이 한국말사전에 나옵니다. 이런 한자말도 있네 하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런 한자말이 왜 한국말사전에 나와야 할는지 아리송합니다. 이런 한자말은 누가 언제 왜 어떻게 쓸까요. 이런 한자말이 없으면 안 될까요. 4341.1.16.물/4347.8.1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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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는 저도 잊어버렸는데, 아버지가 깨끗하게 닦아서 잘 두셨어요


‘그리고는’은 ‘그러고는’으로 손보고, ‘청소(淸掃)해서’는 ‘닦아서’나 ‘손질해서’로 손봅니다. “있던 건데”는 “있었는데”로 다듬으며, “계셨던 거예요”는 “계셨어요”로 다듬습니다.



 보관(保管) : 물건을 맡아서 간직하고 관리함

   - 보관에 주의하다 / 보관이 편리하다 / 이 물건은 보관이 간편하다

 보관(普觀) : 극락정토의 주불(主佛)인 아미타불과 그를 둘러싼 모든 것을 관상하는 수행법

 보관(寶冠)

  (1) 보석으로 꾸민 관

  (2) 훌륭하게 만든 보배로운 왕관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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