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와 통하는 독립운동가 이야기 10대를 위한 책도둑 시리즈 15
김삼웅 지음 / 철수와영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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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삶읽기, 인문책 81



올곧은 나라로 나아가는 길

― 10대와 통하는 독립운동가 이야기

 김삼웅 글

 철수와영희 펴냄, 2014.8.15.



  우리 마을에 들고양이가 여럿 살아갑니다. 들고양이가 여럿 살아가기에 이 아이들은 쥐를 바지런히 잡아서 먹습니다. 마을 할매 몇 분이 먹이를 주기도 하지만, 들고양이는 들쥐를 가장 맛나게 잡아서 먹지 싶습니다.


  그러께에 들고양이는 우리 집 광에서 새끼를 낳았습니다. 이때 태어난 새끼는 무럭무럭 자라 어른이 되었습니다. 올해에 우리 집 광에서 또 새끼 고양이 세 마리가 태어납니다. 달포 남짓 지났지 싶은데, 새끼 고양이는 아직 몸이 작습니다. 그래도 잘 뛰고 잘 달립니다. 처음에는 낯가림을 하는가 싶더니, 요사이는 낮이고 밤이고 새끼 고양이 세 마리가 섬돌 언저리와 부엌 앞까지 볼볼볼 걸어옵니다. 한참 눈을 마주쳐도 내빼지 않습니다. 들고양이는 사람 손을 안 타기 마련인데, 우리 집 광에서 태어나 광에서 지내는 이 아이들은 어쩌면 우리 식구 손을 탈는지 모르겠다고 느낍니다.



.. 한국을 병탄한 일제는 그 공으로 이완용 등 매국노 75명에게 일본 작위와 거액의 보상금을 안겨 줍니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투옥하거나 고문하는 등 악행을 저질렀지요. 그러고는 비판의 목소리를 틀어막는 데 열중합니다 … 일제 협력자들과 일본군 출신들이 장기간 권력을 장악하면서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은 궁핍한 생활을 면치 못합니다. 독립운동을 하느라 자식들을 가르치지 못하고, 물려줄 유산도 없다 보니 후손들 대부분이 어려운 생활을 하게 돼요 ..  (16, 21쪽)



  간밤에 마당에서 달과 구름을 올려다보다가 하늘 한쪽에서 반짝 하는 불빛을 보앗습니다. 별똥인가 반딧불이인가 하고 갸우뚱하며 다시 그쪽을 바라보는데 반짝 하는 불빛이 더 보이지 않습니다. 별똥 같지는 않고 반딧불이로구나 싶은데, 살짝 나타났다가 이내 멀리 간 듯합니다.


  마을 샘터에 다슬기가 삽니다. 다슬기가 있으니 반딧불이도 몇 마리 있을 수 있습니다. 마을 논에는 농약을 하도 치기에 다슬기가 살아남기 어렵습니다만, 마을을 뒤로 포근히 감싸는 천등산 골짜기에 가면 곳곳에서 다슬기를 봅니다. 그곳까지 농약을 쳐댈 사람은 없을 테니, 틀림없이 마을과 멀찍이 떨어진 데에서는 반딧불이가 불춤을 추리라 생각합니다.


  들고양이와 반딧불이를 떠올리면서 삶을 그립니다. 평화로운 나날이란 무엇이고, 씩씩하게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 나날이란 무엇일까요. 정치란 무엇이고 사회란 무엇일까요. 밥과 옷과 집을 스스로 마련해서 스스로 건사할 수 있을 때에, ‘제금’을 나던 우리 삶입니다. 오늘날에는 시골집을 떠나 도시로 가서 대학생이 된다든지, 대학교를 마치고 도시에서 일자리를 얻는다든지 하면, 으레 방을 따로 얻어서 살기 마련입니다. 예전처럼 밥·옷·집을 스스로 건사할 수 있는 ‘제금나기’가 아니라, 그냥 ‘어버이한테서 떨어져 따로 살기’입니다. 왜냐하면, 요즈음 젊은이는 밥짓기나 옷짓기나 집짓기를 하나도 못 합니다. 회사원이나 공무원이 되어 돈을 벌 줄 알 뿐입니다.



.. 유관순은 재판 중에도 당당했습니다. 일본인 검사가 “너희 조선인이 무슨 힘으로 독립을 하느냐”고 모욕적인 발언을 하자, 앉아 있던 의자를 들어 검사를 내리칩니다. 재판정은 소란해지고 4년이 추가 선고되어 7년형을 받아요 … 김창숙은 전쟁 중 이승만 정권이 민간인 학살과 각종 비민주적인 행위를 자행하자 ‘이승만 대통령 하야 경고문’을 발표합니다 ..  (49, 62쪽)



  한국은 식량자급율이 30퍼센트조차 안 됩니다. 대통령이라든지 시장이나 군수가 있으나, 주한미군도 한국에 또아리를 틉니다. 남·북녘은 서로 온갖 전쟁무기를 갖추어 평화를 지키려 한다지만, 군대에서 터지는 일은 갖가지 폭력과 살인과 가혹행위입니다. 군 간부는 군대에서 돈을 많이 빼돌리곤 합니다. 군대가 있으면 평화를 지키거나 독립을 할까요? 정치와 사회 조직이 있으면 독립된 나라라고 할 수 있을까요?


  한국 사회나 정치를 살피면, 일제강점기 같은 식민지살이는 안 하는 듯합니다. 그러나 한국사람이 쓰는 말을 돌아보면 일본 말투나 일본 한자말이 아주 많습니다. 한국사람이 먹는 온갖 과자나 가공식품은 일본 것 이름이나 모양을 많이 베끼거나 훔쳤습니다. 국제저작권법 조약을 받아들이기 앞서까지 한국에서는 일본 책을 많이 훔치거나 베껴서 해적판을 펴내기 일쑤였습니다. 한국은 참말 독립된 나라가 맞을까요?


  한국에는 주한미군이 있으며 국가보안법이 있습니다. 미국이 바라는 대로 한미자유무역협정을 맺습니다. 스무 해쯤 앞서는 미국이 바라는 대로 쌀개방을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온 나라가 영어교육 바람에 휩쓸립니다. 삶을 배우고 갈고닦으려고 하는 영어교육이 아니라, 자격증과 돈벌이 때문에 아이들을 닦달하는 입시지옥 영어교육입니다.



.. 조선의 기독권 세력, 왕족이나 대신들 대부분이 매국하거나 친일파가 될 때 그(이회영)와 그의 일족은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해외로 망명하여 무관학교를 세웁니다 … 홍범도 장군은 머슴 출신입니다. 그러나 나라가 망하고 왕족과 고관대작의 벼슬아치들이 국가와 민족을 배반할 때, 산포수였던 그는 의병이 되고 빨치산 대장이 되고 대한독립군 총사령관이 되어 일본 침략군과 싸웁니다 ..  (114, 116쪽)



  김상웅 님이 쓴 《10대와 통하는 독립운동가 이야기》(철수와영희,2014)를 읽습니다. 올곧은 나라로 나아가는 길을 바라던 사람들 이야기를 책 한 권으로 읽습니다. 자그마한 책에 열아홉 사람 이야기를 간추리려니, 그야말로 간추린 삶조각을 읽습니다. 아주 마땅한 노릇인데, 이 책에 실린 열아홉 사람만 독립운동가이지 않습니다. 이 책에 실린 열아홉 사람이 만난 수많은 이웃과 동무가 있습니다. 이 책에 실린 열아홉 사람이 독립운동 자금을 모으려고 할 적에 도와준 이웃과 동무가 있습니다.


  식민지였던 조선에서 땅을 일구고 옷을 짓던 수수한 시골사람이 있습니다. 물고기를 낚고 나무를 베던 시골사람이 있습니다. 이들은 남다르게 도드라진 모습이 없다 할 수 있고, 역사책에 이름 몇 글자 남기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독립운동을 하던 이들이 먹은 밥과 입은 옷과 살던 집은 바로 이런 수수한 시골사람이 지어서 마련했습니다. 아름다운 삶을 바라던 이들은 수수하면서 아름답게 삶을 짓던 사람들 사랑을 받아서 씩씩하게 이녁 한길을 걸을 수 있었습니다.



.. 우선 청소년들을 깨우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안중근은 진남포 천주교 교당에서 운영하던 돈의학교를 인수해서 교장이 됩니다. 거기서 천주교 신앙과 군사 훈련 그리고 우리 역사 교육에 중점을 둡니다 … 박열이 국무총리가 될 것이라는 항간의 소문에 대해 묻는 기자에 박열은 “국무총리가 되는 것도 좋으나 조국을 통일시킬 수 있어야 그 자리를 하지, 그럴 가망이 보이지 않는 국무총리는 해서 뭐 하나.” 하고 말합니다 ..  (140, 175쪽)



  식민지에서 벗어나기만 한대서 독립이 아닙니다. 한국은 일본강점기에서 벗어나기는 했으나 ‘얄궂거나 뒤틀린 일본말 굴레’에서 아직 안 벗어났거나 못 벗어났습니다. 주한미군과 국가보안법뿐 아니라 자유무역협정이나 경제조약 수렁에 갇혔습니다. 식량자급율이 50퍼센트도 아닌 30퍼센트조차 안 되는데, 시골에서 흙을 일구면서 ‘홀로서기(독립)’를 힘차게 하겠노라 나서는 젊은이를 찾아보기 아주 어렵습니다.


  깨끗한 밥과 맑은 물과 싱그러운 바람을 누리지 못하면서 ‘독립’을 할 수 있을까요? 높이 때려짓는 아파트가 아닌, 우리 보금자리를 우리 손으로 즐겁게 짓지 못하면서 ‘홀로서기’를 할 수 있을까요?


  돈이 있거나 힘이 있어야 하는 독립이 아닙니다. 독립운동은 식민지 정치 굴레를 벗어나는 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삶을 아름답게 되찾고, 사랑을 아름답게 가꿀 때에 비로소 홀로서기를 이룹니다. 이 나라 어린이와 푸름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다 같이 어깨동무를 하면서 아름다운 삶길을 씩씩하게 걸어갈 수 있기를 빕니다. 4347.8.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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