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버섯 책읽기
버섯한테 붙인 이름이 ‘달걀버섯’이면, 이 버섯을 먹기 앞서부터 달걀을 먹은 셈일까. 사람들이 버섯을 처음 먹은 때는 언제일까. 사람 눈에 버섯이 뜨여서 하나씩 즐겁게 따서 먹은 때는 언제일까.
숲을 돌아다니는 사람은 버섯을 으레 만난다. 나무와 수풀을 가만히 살피는 사람은 버섯을 쉽게 알아본다. 그렇지만, 나무를 바라보지 않고 수풀을 둘러보지 않는 사람은 버섯을 알아보지 못할 뿐 아니라, 나뭇잎 모양이든 숲풀이나 숲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숲에 깃든다고 해서 모두 숲을 느끼지 않는다. 숲을 온마음으로 안을 적에 비로소 숲을 느낀다. 도시에서도 이와 같다. 도시와 내가 너무 동떨어졌다 싶으면, 도시에서 으레 길을 헤맨다. 도시를 온마음으로 안을 적에는 골목과 거리를 아주 환하게 읽고 길을 잘 찾는다.
달걀버섯을 바라본다. 갓 돋을 무렵에 보면 달걀 모양이 또렷하다는데, 활짝 펴진 모습인 달걀버섯을 바라본다. 이름을 알지 못하고 빛깔이 고운 모습만 보았을 적에는 선뜻 다가서지 않았다. 여러 날 달걀버섯을 바라보기만 하고 둘레에 이름을 여쭙지 않은 탓에, 이레쯤 뒤 누군가 이 버섯을 캐 갔다. 골짝마실을 아이들과 다니면서 이레 가까이 달걀버섯을 바라보면서 ‘이곳은 너희 보금자리로구나’ 하고 생각했고, 버섯한테 인사하며 즐거웠다.
누군가 캐 갔어도 다시 이 자리에서 돋을까. 이 둘레에 골고루 퍼졌을까. 앞으로 얼마든지 만날 수 있겠지. 갓 돋은 멋진 모습도 만나고 싶다. 4347.8.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